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8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7.8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은 오랜만에 읽어본다. 옛날에 작가의 단편집을 연달아 읽고 그랬는데 최근엔 국내에 출간되는 작품 수도 줄어들고, 그래서 그런지 나도 덩달아 자연스레 관심이 시들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 읽은 작가의 작품과는 확연하게 이질적인 작품이었다. 45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의 장편소설이고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에서 풍기던 냉소적인 작풍 대신에 아기자기한 맛이 배가됐다. 흡사 온다 리쿠의 작풍과도 유사한 이 작품은 그 분위기에 취할 수만 있다면 치명적으로 재밌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딘지 김샐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가상의 도시 하자키라는 작가 멋대로 창조한 세계관에서 다채로운 매력의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지고 그 안에 넘실거리는 대놓고 본격적인 살인사건도 구미가 당기기에 충분했는데, 왜 이렇게 읽을면 읽을수록 흥미가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른바 잔재미는 출중했다. 타고난 불행아인 주인공 마코토를 비롯해 연애소설 전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존재나 이젠 좀 케케묵게도 느껴지는 명문가의 유산 상속 싸움에 얽힌 이해 관계나 코믹한 상황들은 적잖이 키득키득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전부 다 들어냈을 때, 과연 크게 볼 만한 요소가 있었나 하면 약간 의문이 든다.

 아, 말이 너무 심했나? 어떻게 보면 이런 잔재미 또한 작품의 개성인데 몰이해한 발언일 수 있겠다. 각각의 잔재미들의 조화로운 배치는 감탄스러웠던 걸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리소설 특유의 사건으로서의 흡입력 부분에선 약간 달리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글쎄, 내가 너무 삐딱하게 작가의 생소한 모습을 의식적으로 부정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무 기대를 했는데 그에 부합하지 못해서 투정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 좀 아쉽기도 했다. 언젠가 말한 적 있지만 나는 모든 책을 재밌게 읽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투자한 시간 대비 만족감은 꼭 얻고 싶은데... 그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순전히 작품 때문이라고 말은 않겠다. 여담이지만 내가 문제인 경우가 허다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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