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 이성 / 1993년 5월
평점 :
절판


7.1





 나온다고 소식만 무성했던 오사와 아리마사의 '사메지마 형사' 시리즈의 2편을 읽었다. 알라딘에서 93년도에 출간된 절판본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노블마인에서 출간한 전편 <신주쿠 상어>를 나름 재밌게 읽은 나로서는 그야말로 개이득이었다. 시리즈 1편이 흥행이 잘 읽었는지 당최 후속작이 나올 기미가 안 보였는데 구태여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으니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1편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후속작이었다. 일본에서의 평가는 좀 다른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좀 더 액션에 치중한 거친 범죄극에 좀처럼 나 자신이 동화되지 못한 것도 있겠고 기본적으로 클리셰 투성이었던 평이한 소재와 구성도 마찬가지였고 혹은 오래 전 번역에서 비롯된 고루함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전작은 후반부에서 추리소설의 원점이라 할 만한 주인공인 사메지마의 번뜩이는 수사로 범인을 극적으로 검거했던 요소가 2편에선 부족했던 것이다. 영상으로 봤더라면 얘기는 달랐을 수 있겠지만 좀 더 텍스트의 묘미를 잘 드러낼 정적인 요소보다는 동적인 요소에 치중한 것은 참 아쉬웠다. 그것이 사메지마라는 캐릭터의 거친 모습을 단적으로 잘 묘사하긴 했어도 엘리트 코스를 제발로 걷어찬 다음 현장에서 참다운 경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매력은 덜 드러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만의 킬러인 '독원숭이'의 살인 무술이 우리나라의 태권도인 점을 제외한다면 특별한 구석은 어쩐지 느껴지지 않았던 작품이어서 아쉬움은 더 배가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후속작은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중에 언젠가 개정판이 나오면 읽을지도 모르겠다.

캐리어 제도는 일본 경찰조직의 모순의 상징이었다. 캐리어에 뽑힌 사람들이 우수한 인재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사과상자 속에는 반드시 썩은 사과가 한두 개쯤 들어 있게 마련이었다.

두뇌가 명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가운데는 근본적으로 경관으로서의 자각이 모자라는 사람이 적지 않게 섞여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 56p




법률이란 건 눈에 보이지 않아요. 때문에 경찰은 펜스나 울타리 같은 존재라야 마땅하다고 봐요. 그 펜스를 넘으면 자기자신과 타인이 상처를 입게 돼요. 때문에 펜스가 가로막고 있으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말아야 합니다. 경찰은 그걸 깨닫게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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