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친구 김정은
김금숙 지음 / 이숲 / 2024년 7월
평점 :
7.7
천천히 변했으면 싶은 것은 너무 빨리 변하고 빨리 변했으면 싶은 것은 너무 천천히 변한다. - 184p
친근한 제목에 다소 귀엽게 그린 표지 때문에 논란에 좀 시달렸다지만, 사실 이 작품은 북한의 김씨 일가와 더불어 현재 한반도의 문제를 서양에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한 김금숙 작가의 르포르타주 그래픽 노블이다. 북한 전문가나 어느 탈북 여성,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취재한 내용이 알차게 담겨있는데 개중엔 이미 알고 있던 것과 생소했던 내용이 혼재돼서 한국인 입장에서도 흥미롭게 읽혔다. 만약 한국에 단편적인 정보만 접했던 서양 독자에겐 적잖이 흥미로웠겠군.
최근 뉴스에 김정은 사망설까지 나오는 와중에 우연찮게 펼치게 된 작품으로, 뉴스를 보고 읽은 것이 아니라 작가의 전작인 <개>를 보고 관심이 생겨 이 작품도 찾아 읽었음을 밝힌다. 어쨌든 뉴스나 인터넷에서 접하곤 하는 단편적이고 편향된 정보가 아닌 전문가나 실제 방문하거나 살았던 이들의 북한 이야기는 언제나 놀라운데 이 작품에선 그 놀라움 이상의 것이 없어서 다 읽은 뒤엔 조금 싱거웠다.
지나치게 편향적이지만 않다면 작가의 생각이라든가 소신이 담긴 결론 같은 것이 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중립을 지키며 어디까지나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간결한 작풍이며 전개가 신뢰도는 높지만 한편으로 무미건조하게 다가와 끝까지 다 읽고도 여운이 생기거나 하진 않았다. 뭐, 르포르타주에 여운까지 챙기려고 하면 미덕이 아닌 욕심으로 비쳐지기 십상이지만... 아무래도 내가 작가가 겨냥한 주 독자층인 서양 독자가 아니라서 이런 아쉬운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세상은 빠르든 느리든 변해가고 북쪽 동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통일이나 휴전이나 모두 요원한 마당에 속도의 문제를 떠나 평화롭고 피를 흘리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지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정작 변화의 키를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윗대가리일수록 자기 이익 챙기는 것을 제외하곤 관심이 없는 사람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말이다. 정말이지 낙관보다 비관을 하게만 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