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8.9



 하지만 하느님은 있어요. 옆방에서 일을 하고 있을 뿐이죠. 마음이 내키면 상자를 들여다보고, 그때 알아차리면 도와주기도 하고요. - 216p


 목을 부러뜨리는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점만 제외하면 아주 느슨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일곱 작품이 수록된 작품집이다. 따라서 작품마다 장르 및 주는 인상이나 완성도가 천차만별이고 당연히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탐정이자 도둑인 구로사와가 등장하는 세 작품이 여운이나 반전 등 여러 면에서 좋았고 반대로 이 작품집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목을 부러뜨리는 남자, 일명 '목부남'은 다소 인상이 밋밋했다. 이사카 코타로가 창조한 캐릭터 중 가장 밋밋했다고도 본다. 선과 악이 뒤섞인 오묘한 매력 같은 건 이 작가가 줄기차게 묘사해낸 캐릭터다. 오히려 그간 그려온 캐릭터들과 겹치지 않게 만들고자 어정쩡한 캐릭터라는 인상만 준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 이 작가 특유의 권선징악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는 단편들은 대개 마음에 들었다. 항상 어딘가 나사를 빠진 캐릭터들을 등장시킴과 동시에 작가가 그려내는 상황이나 사건의 수위는 굉장히 세고 대체로 잔혹한 분위기가 압권인데, 그런 막장 상황에서 소매를 걷고 직접 심판을 하는 신의 존재가 퍽 인상적이었다. 신을 직접적으로 등장시킨 것은 아니고, 이 작품집의 경우엔 작가라는 이름의 신이 내린 철퇴라 해석해야겠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개입해 인과가 어긋난 것 같은 권선징악이 여러 차례 그려지는데, 철퇴의 대상인 캐릭터들이 워낙 악질이라 통쾌하기만 했다. 개연성이 부족하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고 오히려 감탄했다.


 수록작 모두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추리소설에 국한되지 않은 이사카 코타로의 다채로운 창작력을 맛볼 수 있던 것은 좋았다. 아니, 기본적으로는 미스터리를 근간으로 두고 있지만 '나의 배'는 로멘스물, '누명 이야기'는 SF 루프물, '사람답게'는 호러물, '월요일에서 벗어나'는 작가의 장기인 퍼즐식 구성이 돋보이는 추리물인 등등 다양한 변주를 선보여 각각의 작품이 이질적이고 개성적으로 다가왔다. 똑같은 주제의식, 인물, 배경을 두고도 감쪽같이 여러 장르를 다루는 것을 보고 정말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종말의 바보> 같은 휴먼 드라마를 읽었을 때도 느꼈지만 참 대단한 작가다. 이 정도면 작가라는 이름의 신이지 않은가 싶었다.

 구로사와가 작가의 작품 중 드문드문 출연하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러시 라이프>가 첫 등장하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조만간 그 작품을 다시 읽어야겠다. <러시 라이프>뿐 아니라 한동안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주기적으로 찾아볼 예정이다. 다시 찾아봐도 새로운 작품을 읽어도 그의 작품은 늘 짜릿하고 감탄을 자아낸다.

사람은 저마다 주어진 악보를 필사적으로 연주하는 것밖에 모르고, 그럴 수밖에 없다. 옆의 악보를 훔쳐볼 여유도 없다. 자기 악보를 연주하면서 남도 제대로 연주하기를 바랄 뿐이다. - 3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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