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보는 그림의 비밀
이정우 지음 / 투래빗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1



 뱅크시의 말에 따르면 화가로서 이름을 날리고 성공하는 것은 소설가나 가수 등 다른 예술가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린 여전히 유명한 작가의 작품에 더 관심이 가고 설령 내 눈엔 그저 그런 작품이어도 유명 작가가 그렸다고 하면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어떻게든 의미 부여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말로 화가가 가수나 소설가보다 유명해지기 힘든 예술가인지 모르겠으나 일리가 있는 말이지 않은가 싶었다.

 그럼 책에 소개된 화가들은 어떻게 지금의 유명세와 이름값을 얻게 됐을까? 이 책의 저자는 단순히 유명 화가들의 삶을 조명해보는 것을 넘어 어떤 연유로 그들의 작품이 오늘날에 우리가 줄 서서 보게 됐는지, 그 비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론 그 비결이 그 화가의 작품세계와 미술사적 의의보다 감탄스러웠다.


 읽으면서 느낀 점은 20세기 이전 화가들에 비해 근현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과 함께 자기자신을 브랜드화하는 전략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가령 달리나 앤디 워홀, 프리다 칼로 등은 특정 작품의 이미지나 이름보다 작가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지 않는가. 물론 모든 작가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잭슨 폴록이나 뒤샹, 무라카미 다카시와 뱅크시는 작품이 더 먼저 떠오르는데 돌이켜보면 작품 그 자체보다 어떻게 유명해졌는지, 속되게 말해 어떻게 대중의 어그로를 끌었는가가 먼저 떠오른다. 확실히 그림 그 자체보다 비하인드 스토리와 전략이 참 중요함을 절감할 수 있었다.

 반면 생전에 인정받지 못하고 사후에 인정받은 화가의 대명사인 고흐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고흐의 경우 고흐 본인보다 주변인이 힘써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잘 알지 못하던 얘기라 읽으면서 적잖이 신선했다. 설령 붓을 쥘 줄밖에 모르고 브랜딩의 ㅂ자도 모르는 화가였더라도, 곁에 좋은 사람을 두고 깊이 있는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설령 죽은 뒤라도 생전에 누리지 못한 영광을 맞이할 수도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고흐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그의 처절함과 고통이 주를 이뤄서 접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다른 식으로도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열 명이 넘는 화가를 다루느라 전반적으로 그들 이야기 하나하나의 깊이가 옅게 느껴졌던 것은 아쉽다. 열 명도 키워드에 따라 추리고 추려낸 숫자겠으나, 소개하는 화가를 줄여서 더 깊이 있게 들여다봤거나, 아니면 책 전체의 분량을 늘렸더라면 훨씬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나도 은근히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화가들이나 미술사 등을 접해왔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비교하며 읽게 되더라.

 그럼에도 작가의 접근 방식이 신선했고 문장이나 해석도 간결하고 알기 쉬워 만족스럽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론 화가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작가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작가 역시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만으론 부족한 법이라고 본다. 그 말에 비춰 생각해봤을 때, 이 작가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을 넘어 다른 재능 역시 겸비하고 있는 듯해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듯하다. 작가의 다른 저서도 있던데 그것도 읽어볼 생각이다. 유튜브 영상의 멘트 못지않게 글도 잘 쓰셔서 다른 책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