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
야마다 무네키 지음, 김진아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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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감독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몇 안 되는 국내 출간작들의 완성도가 하나같이 걸출했던 터라 이 작품도 크게 기대하고 봤다. 비록 시놉시스는 그리 흥미롭지 않음에도 말이다.

 운석 충돌로 인한 종말을 앞둔 인류는 온갖 음모론과 혼란을 겪는다. 아무것도 벌어지지 않았는데 불안하기 그지없는 작중 분위기가 은근히 무시무시했는데, 풀어나가는 방식에 설득력이 부족했다. 체감하기 힘든 부분을 계속 설명을 보태며 풀어나가는 통에 후반부에 가선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읽게 됐다. 음모론이 창궐하는 것이나 구세주에 목매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다소 초현실적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무엇보다 이사카 코타로의 <종말의 바보>를 감명 깊게 읽은 나로선 저런 극단적인 전개보다 멸망을 앞두고 일상을 살아가거나 해묵은 감정을 마주하는 이야기가 훨씬 몰입도가 있지, <헤르메스> 속 중간이 없는 듯한 전개 양상엔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더군다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듯했던 헤르메스라는 지하도시도 장소나 그곳에 남기로 한 사람들의 심리 묘사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였다. 그럴싸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이 특히 맥빠지는 부분이었다. 폐쇄된 사회가 선사하는 섬뜩한 장면을 부분적으로 어필한 건 좋았으나 작가의 상상력이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백년법>에서 압도적인 몰입도를 선사했던 작가의 상상력이 이번 작품에선 발휘되지 못하고 피상적인 묘사에만 그치고 있어 실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종말, 지하 도시와 더불어 비중 있게 다뤄진 SF 소재 중엔 자신만의 가상 캐릭터에 의존하는, 영화 <그녀>와 흡사한 설정도 눈길을 끌긴 하지만, 이 또한 빈약한 메시아 설정에 보태기 위한 장치에 불과해 보여 읽고 있는 내 상상력까지 자극시키진 못했다. 미래의 기술을, 가상의 기술을 다룸으로써 독자가 저마다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성공적인 설정으로 자리매김됐을 것이다. 가령 실제로 저런 기술이 도래하면 어떻게 될까 내지는 나라면 어떻게 저 기술을 다룰까 혹은 반대로 내가 저 기술의 노예가 되지 않을까 등등 여러 생각할 거리를 낳는 것이야말로 SF 장르의 참재미라 생각하는데, 이 작품엔 그 참재미가 결정적으로 부족했다.


 아니 참재미고 나발이고, 까놓고 말해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던 작품이다. 주제의식과 조금 따로 노는 장면이 나와도, 가끔 TMI로 빠져도, 재미가 있는 부분이 있고 독자가 숨을 쉴 구멍을 남겨 놓거나, 그냥 정이 가는 캐릭터가 한두 명쯤 있어도 나는 성공적인 작품이라 여기는 편인데, 이 작품엔 그런 요소들이 전무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백년법>의 저자가 맞긴 한지... 하여간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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