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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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7.7

<데빌스 스타> : 7.6


 스포일러 없음


 톰 볼레르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고 끝내 완수하는 해리의 일대기를 그린 '오슬로 3부작'은 팬들 사이에서 시리즈 최고의 전성기로 꼽히곤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연달에 읽은 두 편은 확실히 <레드브레스트>보단 인상이 덜했다. 플롯은 화려할지언정 난잡하고 주제의식은 전형적인 스릴러의 틀을 못 벗어나고 있어 재독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분명 처음 읽었을 땐 다시 읽어도 좋을 작품이라 생각했건만, 막상 다시 읽으니 이렇게 인상이 달라진 이유가 뭘까? 역시나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란 뜻인 걸까.

 아마 해리 홀레가 이전에 비해 다소 꼴불견으로 보여서 더 그렇게 느낀 듯하다. 동료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맞이한 비극에 지나치게 자책한 나머지 술독에 빠져 지내고 경찰 업무를 마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대하며 오직 관심 있는 사건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민폐 그 자체였다. 차라리 탐정을 하지. 새삼 그를 감싸고 계속 믿고 중용해준 묄레르 경정의 안목과 뚝심이 참 우직하게도 읽혔다. 해리가 기대에 부응했으니 망정이지...


 어쩌면 이 결과만 좋으면 장땡인 해리의 가치관이 작품의 기조와도 일치하는 듯해 더욱 반감을 느낀 것도 같다. 범인을 단죄하는 방식이나 결말은 마음에 들지만 늘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지루하기 그지없던 시리즈의 전개에 예전만큼 몰입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중간중간 베아테 같은 매력적인 케릭터나 인상적인 소재가 튀어나오긴 하지만 흥미로운 건 순간뿐, 이 두꺼운 분량이 과하게 느껴지며 소모적으로 읽히는 구간이 분명 산재했다. 순수하게 활자 중독이 아닌 이상에야 모든 구간을 온전히 재밌게 읽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 나름대로는 야심차게 시작한 '해리 홀레' 시리즈 다시 읽기 프로젝트는 한동안 중단될 예정이다. 이제 곧 포르투갈로 어학연수를 가니 당분간 한국어 활자를, 적어도 독서는 이전만큼 못할 것이다. 그러다 훗날 몇 년이 흐른 뒤에 이 시리즈의 다음 작품 <리디머>를 읽으면 그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다. 앞으론 점점 두꺼워지는 시리즈의 책들을 앞에 두고서 내가 변하길 바랄 수밖에 없다. 작품은 그대로니, 내가 변하는 것말곤 방도가 없다. 그런데 내가 꼭 변할 필요도 딱히 없어서 어찌 될 것인지는 그때 가서야 알게 되겠군.


복수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위험한 마약이야. - <네메시스> 310~311p


하지만 범인이 사실상 절대 없앨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지. 그게 뭘까?

바로 동기야. - <데빌스 스타> 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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