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3 - 완결
다지마 렛토 지음, 박여원 옮김 / 크래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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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내가 잘하는 건 나에게서도 상대에게서도 도망치는 것뿐이다. - 3권 #18 나쁜 놈 역할


 물은 결국 바다를 향해 흐르기 마련이다. 사람의 감정도 숨기고 틀어막는다 해도 결국 터져나오게 되는 것처럼. 착한 사람 시늉도 나쁜 사람인 척하는 것도, 순간의 갈등을 봉합할 뿐 근본적인 해결이나 결말을 바꾸는 묘책이 되진 못한다. 특히 가족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에 껄끄러움을 가지고 만 두 주인공에겐 더더욱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만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는 기본적으로 진중하고 세심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영화로도 나왔다는데, 어설픈 영상화를 경계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히로세 스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지 몰라도 별로 보고 싶진 않다. 이 작품은 활자나 영상이 넘볼 수 없는 만화만의 과장과 무게감이 최대한으로 펼쳐졌으므로 만화 그대로 즐기는 것이 좋을 듯하다.


 캐릭터들과 결말,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며 특히 작가의 개그가 좋았다. 마니악하긴 하나 타율이 좋았으며,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답답한 이야기 흐름을 제대로 환기시켜주고 억지스럽지도 않아 거부감 없이 읽혔다. 유머는 양보단 질이라 생각하는데, 이 작품의 유머는 양과 질 모두 걸출했다. 어쩌면 그만한 유머 덕분에 빠르게 읽어내려가는 것이 가능했던 것인지 모른다.

 살다보니 우리 모두 웃음이 점점 메말라 가는 것 같다. 적절하고 센스 있기만 하다면 우리에겐 개그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것이지 않을까? 현실에선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매순간 웃기란 힘든 만큼, 창작물을 접할 때만이라도 이렇게 장르를 불문하고 개그가 한 꼬집씩 들어가는 것이 좋다. 우리가 창작물을 접하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만화가 됐건 소설이건 영화건 근본적으로 현실의 팍팍함에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보는 것이라면 개그가 특히 절실하다. 적어도 웃을 땐 저항 없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 터지고 마니까. 그런 측면에서도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는 참 여러모로 떠오를, 그리고 멜랑꼴리함에 젖어들기 쉬운 연말에 읽기에 딱 좋은 작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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