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
김병선 지음 / 웨일북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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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일단 하고 이왕이면 최선을. - 201p


 꽤 예전부터 꼬독자였다. 스페인어를 맛깔나게 구사하면서 스탠드업 무대까지 섭렵하는 그의 패기에 쾌감을 느껴서 매영상마다 좋아요를 눌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나는 코미꼬의 농담보다 김병선이란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감명을 받아서 늘 좋아요를 눌러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엔 코미꼬가 백만 유튜버가 된 이후의 요즘 영상에선 느낄 수 없는 진지하고 찌질하며 속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가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고 서울대에 갔다가 무슨 연유로 KBS 공채 개그맨이 됐으며 스페인에 가서 망하고 흥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파란만장한 여정이 희망적이고 자학적이면서 다시 낙관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인데, 이 책이 30만 유튜버 시절이 아닌 지금 시점에 이어서 쓰기 시작하면 또 다른 톤으로 전개될 듯하다. 지금은 무려 골드버튼의 소유자고 멕시코에서 나름대로 자릴 잡은 유명 코미디언이니 말이다.


 결국 그렇게 살다 경험은 많지만 전문성은 없는, 질투는 많지만 자신은 없는 서른이 되어버렸다. - 213p


 아무래도 현재 내 처지와 겹쳐 보이는 구간이 많았던 터라 빠르게 읽히면서도 내내 속은 편치 않았다. 내가 경험한 것과 비슷하거나 더한 난관 속에서도 활로를 찾는 모습에서 역시 서울대생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 싶다가 종국엔 내가 롤모델로 삼기엔 거리가 먼 사람이란 결론이 나왔다. 지난주 토요일에 코미꼬가 서울에 '내한'했을 때 무대에서 선보인 연륜을 느끼면서 이 사람과 나를 동일시해선 좌절밖에 남지 않음을 다시금 느꼈다.

 인생에 승자도 패자도 없다지만 험난한 길을 개척해나가는 코미꼬는 승자 중에 승자라고 본다.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거지만 그라면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리라 믿는다. 나는 나대로 나만의 전법을 갖춰 내 삶을 개척해나가면 그만이고, 나는 그의 통찰과 센스가 녹아든 농담을 편하게 만끽하면 된다. 저 사람은 지금 내 나이 때 이랬었는데 어쩌구저쩌구 전전긍긍할 필요는 전혀 없지. 전전긍긍해서도 안 되고. 코미꼬조차 그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애당초 자랑하려고 쓴 글이 아니니까.


 최근 포르투갈 학생비자를 준비하면서 그 나라의 초월적으로 답답한 일처리에 속이 타고 있는 와중에 한 병의 소화제 같은 글을 읽어 시름이 좀 덜어졌다. 설령 '또' 일이 틀어지더라도 어떻게든 길은 열릴 테므로, 오히려 일이 틀어진 것이 기가 막힌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새로운 기회를 안겨줄는지 모르니까 한껏 낙관적으로 앞을 바라보게 됐다. 나도 이제 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를 위한 재료라 생각하며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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