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의 쐐기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7.2



 군대에선 무지하게 재밌게 읽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그저 그랬다. 어딘지 전형적이고 작위적인 인질극이란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아마 내가 니트로글리세린이란 폭약의 위력을 글로만 접해서 그럴 수도 있다. 강도인 남편을 여의었다고 38구경 총과 니트로글리세린으로 경찰서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아내에게 동정의 여지도 생기지 않아서 그저 그랬던 것일 수도 있고. 복수하려는 꼬라지 봐라, 누가 그 나물에 그 밥 아니랄까봐.

 강도 아내의 복수 대상인 스티브 카렐라 형사는 바깥에서 자신만의 치열한 수사를 벌이는데, 이러한 두 사건의 병렬적인 배치가 은근히 주의를 산만하게 했다. 정확히 말하면 인질극에 비해 카렐라의 수사가 지루한 게 문제였다. 사건의 전말이 궁금하기도 했고 나름대로 반전도 있었지만 인질극에 견줄 바는 아니었다. 그가 매력적인 캐릭터란 사실만 제외하면 크게 몰입할 구석이 부족했달까.


 87분서 시리즈가 추리소설보단 경찰소설의 정체성을 갖춘 것으로 유명한 만큼 작중엔 굉장히 다양하고 사연 많은 형사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에선 카렐라가 주인공을 맡았다면 다른 작품에선 브라운이, 또 다른 작품에선 다른 형사가 주인공을 돌아가며 맡을 만큼 각각의 형사들이 매력적이기에 후속작에선 누가 주인공을 맡을지 기대가 된다.

 그렇게 몇 편을 읽었고 개중 <살의의 쐐기>가 가장 재밌었는데... 서두에서 밝혔듯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그냥저냥이었다. 처음에만 좋고 두 번째엔 별로인 소설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변한 것일까. 대답을 찾기 애매한 궁금증을 안고서 책장을 덮어야 해 어딘지 씁쓸했다. 그나마 이 작품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안젤리카가 어눌한 영어로 외친 절규만이 기억에 남았는데, 나도 내년에 포르투갈에서 이방인으로서 씁쓸한 나날을 보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걱정이 약간 많아졌다. 뭐,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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