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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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빵집의 달콤하고 구수한 이미지와 따로 노는 비정하고 잔혹한 현실의 대비가 일품인 작품인데,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치고 출간 당시 잔혹한 수위 때문에 말이 좀 많았다고 한다. 서른이 넘은 지금 내가 읽기에도 흠칫거릴 만한 구절이 군데군데 있었던 건 인정하지만, 관점을 달리하자면 그러한 타협 없는 작풍이 구병모 작가가 오늘의 위상을 갖게 된 비결이자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이와 같은 타협 없고 확고부동한 개성은 작중 빵집 사장의 면모와 흡사하다. 컴플레인 내지는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하는 뻔뻔하고 답이 없는 인간들에게 아쉬울 것 없는 태도로 너의 고통은 너에게만 큰 것, 타인의 인생을 망가뜨릴 작정인 인간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 역시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직설한다. 후반부엔 이런 성격 때문에 위기가 닥치긴 닥치는데 마법사인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상황을 모면한다. 마법사에게 인간 수준의 위기가 위협적일 리 만무하다.


 물론 제아무리 마법사라고 한들 작중 세계관의 절대적인 법칙 앞에선 우리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울 순 없다. 마법으로 인과를 뒤틀어 결과를 얻고자 하면 대가가 요구된다는 것. 타인의 컨디션이나 기분을 건드리거나, 상해를 입히면, 심지어 시간을 되돌리거나 사람을 살리는 짓을 함부로 남발하면 후폭풍은 절대 장담할 수 없다.

 마법이라고 만능은 아니다. 마치 영화 업계에서의 CG와 같다. CG가 표현의 한계를 한껏 없애주긴 했으나 그만큼 실제에 가까운 모습을 구현하려면 특수 분장보다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것처럼, 마법도 우리가 꿈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행위를 실현으로 옮기는 것까진 도와줘도 그로 인해 일상의 안위까지 전부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도대체 마법을 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아리송한 이 작품 특유의 가치관이 마음에 들어 무려 세 번이나 읽게 된 것 같다. 마법이 들어간 빵을 파는 베이커리라는 꿈만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실상은 그 어느 작품보다 리얼하며 꿈도 희망도 없다. 이러한 이미지의 괴리는 잔혹 동화가 따로 없었는데, 그렇다 보니 30대인 지금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4, 50대 때 읽어도 색다른 맛으로 읽힐 듯하다. 이 작품 속 메시지가 누구나 보편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또 그만큼 간과하기 쉬운, 나에게만은 예외이리라 생각하고픈 성질의 것이어서 이를 상기시키기 위해 두고두고 읽어야겠단 생각마저 든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은 맞는데, 그렇다고 세상이 나에게만 따사로울 리 없고, 뭔가 행동을 취하면 결과와 대가 역시 각오해야 한다. 이런 얘길 하는 소설인 만큼 청소년 중에서도 곧 스무 살이 될 고3에 읽으면 딱 좋을 작품이지 않나 싶다. 그보다 어리면 솔직히 와 닿지 않거나 불쾌하게 읽힐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상처를 빨리 잊는데 집착하는 사람은 그만큼 새로운 사랑도 무성의하게 시작하기가 쉽답니다. - 61p

물론 빵이란 내게 있어 진절머리 나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초강력 아이템이긴 하다. 그러나 이곳의 마법사가 만드는 빵이라면 좋아질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빵에는, 잘못 사용하면 조금은 위험한 향신료일지 몰라도, 과거와 현재 대신 미래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 112p

자신의 아픔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댓값이다. -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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