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드르 미술여행 - 루벤스에서 마그리트까지 유럽 미술의 정수를 품은 벨기에를 거닐다
최상운 지음 / 샘터사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8.2


 제목대로 브뤼셀, 브뤼헤, 안트베르펀, 겐트 같은 플랑드르 지방의 도시들에 있는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과 그 작품을 그린 화가의 생애를 살펴보고 있는 책이라 언젠가 이쪽으로 여행을 떠날 때 꼭 챙겨갈 것이다. 작가가 책에 담아낸 정보의 독보성과 유용함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있는데, 그래도 독보성은 무시할 수 없다.

 도시나 미술관에 대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보단 거의 그림에만 집중하는 터라 조금이라도 취향이 아닌 작품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바로 집중이 흐트러지게 된다는 아쉬움이 있는 책이었다. 설명을 단순 나열하는 작가의 필력은 흡입력이 떨어지는 편인데 처음 보지만 흥미로운 작품이 등장하면 바로 상쇄되는 아쉬움이기에 독자에 따라선 딱히 대단찮은 단점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니, 지금에 와서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단순히 나의 취향 문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최근 삼성역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카포디몬테 19세기 컬렉션'을 보고 왔는데, 그때 느낀 감동과 거의 비슷한 기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19세기 중후반부터 태동한 인상주의 경향의 작품을 프랑스 화단 중심으로 접하곤 하는데, 그 전시에서 이탈리아도 프랑스 못지않게 좋은 작품을 그린 화가들이 있었음을 느낀 것처럼 이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에서 활동한 화가들의 대표작과 저력을 엿볼 수 있다.

 맛집 옆집도 맛집이란 말처럼 19세기 중후반엔 프랑스 못지않게 이탈리아에도, 그리고 벨기에에도 뛰어나고 의식 있는 화풍을 지닌 화가들이 많았다. 단지 유명하지 않을 뿐, 그 당시에 전세계적으로 좋은 작품이 태동했었음을 깨닫게 돼 시야가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벨기에 화가라고 하면 솔직히 마그리트밖에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앙소르나 크노프, 델보 등 독창적이다 못해 대체불가의 창작력을 지닌 화가가 있었음을 알게 됐고, 훗날 떠날지 모를 벨기에 여행은 더더욱 기대되기 시작했다. 직관하고 싶은 작품 리스트가 한껏 늘어난 덕분이다.

 그와 동시에 소수의 유명한 작품만 알고 있던 마그리트의 작품 세계와 진면목도 접할 수 있는 등 전반적으로 분량에 비해 컨텐츠가 튼실한 책이었다. 아까 작가의 필력이 흡입력이 떨어지네 어쩌네 씨부렁거렸지만, 나중에 여행 중에 현지에서 이러한 튼실한 컨텐츠에 감사하며 읽어나갈지 모르겠다. 확실히 미술관 다녀온 직후나 직전엔 지금 읽었을 때보다 더 흡수가 잘 될 테지. 그때가 너무 늦지 않게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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