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전쟁활동 5 - 완결
하일권 글.그림 / 재미주의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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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내가 이 작품을 웹툰으로 보다가 군입대를 하면서 안 보게 됐으니 처음 접한 것이 어언 12, 아니 13년 전인가? 하일권의 작품은 거의 다 섭렵했지만 어쩌다 보니 이 작품만 결말을 모른 채 지내왔는데 이렇게 늦게라도 완독하니 뿌듯함이 남달랐다. 작품의 내용도 10년도 더 전에 연재됐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어서 이제라도 찾아 읽은 보람이 있었다.

 지금 봐도 깔끔한 설정이고 결말 또한 여운이 있었다. 물론 기초 설정에 의구심이 아예 안 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군필자만 몇 명인데 학도병까지 대대적으로 동원할 정도의 위기 상황이라는 게 당장에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바꿔 말하면 이 점 하나를 제외하니 거의 모든 면에서 현실적이었던 작품으로 느껴졌다. 점수 경쟁과 생존을 동시에 강요당하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짝사랑도 하고 고백했다 차이고, 우정도 돈독히 다지다가 갈등하며 부딪치고 장난치고 슬퍼한다. 동급생들이 그대로 소대를 이뤄 미지의 생물과 전쟁을 벌인다는 설정은 여느 밀리터리 작품과는 비교가 불허한 독특함과 몰입도를 자아내 50화 분량의 이야길 하루만에 독파하는 것이 가능했다.


 후반부 국영수의 광기 어린 폭주나 방심을 허락하지 않는 세포와의 전쟁 양상 때문에 긴장감이 유지됐던 것도 이 작품의 백미다. 끝내 전쟁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와 수능을 준비하게 되지만, 결국 전쟁이 없었다면 죽지도 않았을 '전우'의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져 홀가분함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못한다. 드라마가 과연 이러한 상실감과 허무함을 제대로 살렸을는지 의심될 정도로 짙은 여운이 선사됐고, 사건의 이면에서의 진실은 가히 화룡점정이었다. 국영수... 작가가 말하길 전쟁이 없었다면 평범하게 대학에 진학했을 아이를 너무 나쁘게 그린 것 같다고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그런 말을 하기엔 너무 극악무도하게 인물을 묘사하지 않았느냐고 되묻고 싶다. 참 너무했다, 너무했어.

 장난치듯 지은 제목과 달리 작품의 분위기는 엄청나게 진지하고 살벌하다. 그래도 그 와중에 유머도 있고 연재 당시에 유행하던 밈 같은 것도 엿볼 수 있었던 데다가 캐릭터들의 캐미도 발군이어서 완급 조절이 어마어마하게 좋았다. 하일권은 모든 작품이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발표하는 작품마다 완성도가 고른 것으로 정평이 났지만, 완급 조절은 이 작품이 가장 뛰어나지 않은가 싶다. 덕분에 고통스러운 내용임에도 다음 전개를 궁금해할 수 있었고 아이들이 한 명씩 퇴장할 때마다 나 역시도 절로 숙연해질 수 있었다. 한동안 잊고 지낸 '만신'의 저력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서 반가웠고 작가의 다른 작품도 소장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작품이 좋을까...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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