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라인 꼬마비 만화 전집 2
꼬마비 지음 / 글의온도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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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까발려 뒤집어진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 아니라디? - 214p


 어느 날 갑자기 머리 위로 빨간 선이 생겨난다. 자신과 성관계한 사람하고 이어주는 'S라인'은 건물도 통과하고 숨길 수도 없으며 상대가 죽어야 비로소 사라진다. 이로 인해 혼전순결을 미덕이라 생각했던 부부들의 믿음은 깨지고 종교계는 한바탕, 아니 몇 바탕 뒤집어지고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계는 비상이 걸리는 반면 출판계와 인터넷은 호황을 이룬다.

 내가 이 작품을 네이버 웹툰에서 접했을 당시엔 아직 미성년자였다. 지금 이렇게 삼십대가 넘고 다시 읽으니 작중 세계관의 혼란이 더더욱 와 닿았다. 가령 자기 머리 위에 생긴 S라인의 개수를 의식하다 못해 아예 풀페이스 헬멧을 착용하고 외출하며 익명성에 기대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럴싸했다. 나는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나 역시 내 성관계 횟수가 버젓이 드러나는 S라인을 껄끄러워할 것이므로 처음 연재 당시에 읽을 때처럼 이들의 모습이 유난을 떠는 것처럼 읽히진 않았다.


 작가의 엄청난 염세주의를 엿볼 수 있는 작풍과 그와 대비되는 아기자기한 그림체가 압권인 작품이다. 그림체나 연출은 다시 봐도 인상적이고 특히 색깔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그를 활용한 연출은 인상적이다 못해 세련되기까지 했다. 단순한 그림체와 4컷 만화 형식, 거기다 흑백만화 특유의 단순한 색감을 유지하면서도 군데군데 중요한 부분은 형식을 파괴한 그림과 연출을 선보이는데 이건 직접 봐야 안다. 어쩌면 이런 부분 때문에 작가의 염세주의가 불쾌한 동시에 부드럽게 읽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종의 이유로 자신의 과거 성관계 상대를 죽이려는 작중 인물들의 행태나 자신이 어렸을 적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버린 에피소드도, S라인이 비단 이성끼리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설정도 눈길을 끌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S라인이 너무 많아도 아예 없어도 조롱하는 분위기였다. S라인이 아예 없으면 비웃고 너무 많으면 걸레라 수군거리고... 소름 끼칠 만큼 현실적인 묘사라 픽션이라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S라인이 생김으로써 빛을 본 사람이 있는 반면 오히려 큰 피해를 보고 종국엔 자살까지 하는 사람도 생기는 것을 통해 S라인은 역시 재해이고, 인간에게 사생활이란 지켜져야 함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적어도 인간에겐 '그깟 사생활'은 없는 것이다.


 작중엔 S라인이 가시화되기 이전부터 홀로 S라인을 볼 수 있던 능력자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은 선택 받은 능력자이며 그렇기에 자신에겐 남과는 다른 통찰력이 있다고 자부하던데 독자들은 그가 통찰력의 소유자이긴커녕 편협한 시선의 소유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S라인은 단지 성관계 여부와 횟수만을 보여줄 뿐 그것이 자의인지 타의에 의한 결과인지, 그 사람의 배경이나 인격을 온전히 나타내진 못한다. 작품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S라인따윈 하등 중요치 않다고.

 애당초 S라인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통찰력 운운하는 것부터가 오히려 통찰력이 떨어진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문제는 우리라고 그 능력자와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나 보이는 것이 워낙에 강렬하면 시선이 자연스레 닫히게 되니까. 나는 어떤 사람이려나... 실제로 없는 선인데도 자기 반성이란 걸 해보게 되는 걸 봐선 설정 하나는 인정해줘야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아마 내년 초에 방영 예정이라는데 왜 이렇게 걱정만 될까? 개인적으로 스토리는 걱정만 되는데 작품의 비주얼은 궁금하다. S라인으로 뒤덮힌 도심의 풍경이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됐을지 보고 싶다. 물론 스토리도 좋으면 더할 나위 없고.

 하지만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상 작가의 염세주의는 상당 부분 덜어질 테지. 그런 점에서 영화로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 뭐, 지금 예측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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