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창자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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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스포일러 없음


 작년에 읽은 소설 중 단연 최고였던 <명탐정의 제물>의 30년 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기에 제목이 그리 끌리지 않음에도 읽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작가 특유의 엽기적이고 피가 낭자하면서 창의적인 소재와 전개가 압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와 마찬가지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 작품과 더불어 <명탐정의 창자> 속 잔인한 묘사 역시 이유 있는 잔인함이 아닌 그저 잔인함을 위한 잔인함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작가의 작품들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피가 낭자했다. 소설이니까 감당하는 것이지 영화였다면 중도 포기하고도 남았을 작품들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작품 중 단연 최고라 생각하는 <명탐정의 제물>과 데뷔작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의 경우 잔인한 묘사는 모두 필요한 묘사였다. 불쾌하지만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고, 범인의 가학성을 강조해 독자로 하여금 분개함을 유발하는 시도가 잘 먹혔다. 잔인하단 이유로 추리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 잔인하지 않은 추리소설도 많지만 그 얘기를 하다 보면 삼천포로 빠질 테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겠다. - 그런 의도의 잔인한 묘사라면 단순히 취향과 맞지 않다고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고 본다.


 반면 <명탐정의 창자>는 다소 거북했고 불가사의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설정도 흥미로웠고 초반에 예상치 못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도 좋았지만 작품의 중후반부를 이루는 디테일과 마지막 연출이 너무 싱거웠다. 잔인한 장면에 끝없이 노출돼 스케일이 커지든 뭘 하든 그저 식상하게 읽힐 뿐이었고 결말로 말할 것 같으면 그게 최선이었나 싶다.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에 얽힌 언어유희도 마찬가지다. 유머라기엔 재미없고 작품 전체를 꿰뚫는다기엔 기발하지 않다.

 내가 기대했던 <명탐정의 제물>과의 연관성도 미흡해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엄밀히 말하면 이 작품이 먼저 나왔고 <명탐정의 제물>이 프리퀄 느낌의 후속작이기에 연관성이 두드러지긴 힘들었을 것이다. 작가도 애당초 시리즈물을 기획한 게 아닌 모양이고. 그래도 작가는 '명탐정' 시리즈 3편을 출간할 예정이라는데... 솔직히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다.


 이 작품을 읽고 탄력을 받은 김에 작가의 최신작인 <엘리펀트 헤드>도 연달아 읽었다. 바로 다음 포스팅으로 그 작품에 대해 얘기할 텐데, 일단 이렇게만 얘기하겠다.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명탐정의 제물>에 이어 작가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었으며 '명탐정'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명탐정의 창자>의 아쉬운 완성도 때문에 걱정이지만 그래도 시라이 도모유키는 아직은 믿을 만한 작가다.



P.S 우라노 큐, 아쉽다. <명탐정의 제물>에서의 약속이 기대됐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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