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Simple
오노 나츠메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9.8


 오노 나츠메의 작품은 독특한 그림체 때문에라도 언젠가 한 번은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NOT SIMPLE>로 입문하게 됐는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연상될 정도로 충격적이고 암울한 작품이었으나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졌다. 찾아보니 이 작가의 무거운 작품군에 속한다는데 밝고 명랑한 작품이나 사극은 어떨는지. 그림체가 단순하지만 참으로 개성적이어서 소장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제목대로 제법 단순치 않은 가정사로 인해 나락까지 가버린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의외로 작품의 메시지는 단순한 편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작품이야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 등 차고 넘치지만 결국 얼마나 진솔하게 이야길 그려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최근에 읽은 <골든 슬럼버>에서 연출의 중요성을 제대로 느꼈는데 이 작품도 비슷한 연장선상에서 여러 깨달음을 안겨줬다.


 이미 결말을 알고 보는 이야기임에도 몰입하게 된 데엔 캐릭터의 매력이나 방심을 허용치 않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반복적인 메시지 전달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의 본분을 다했을 뿐인데, 최근 이것저것 재다가 본분을 놓친 대규모 자본 영화들에 적잖이 실망했던 나로선 이런 본분을 지키고자 하는 창작자의 단순한 자세에 더 매력을 느꼈다. 나 역시 소설을 쓰면서 이것저것 의도하고 의식하다가 이야기가 산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렇게 쉽게 그려진 것 같으면서도 진솔한 작품을 읽으니 내가 헛짓거리를 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오랜만에 소설을 다시 쓰고 싶어졌다. 최근에 고민이다 뭐다 해서 블로그를 제외하곤 글이라곤 조금도 끄적거리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자극을 좀 받았다. 내가 곧 포스팅으로 다룰 소설집에서도 느낀 거지만 생각은 지나치면 방해가 될 뿐이다. 일단 행동하고 진도를 빼야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자세를 달리 가져봐야지.


 가족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작품이지만 <NOT SIMPLE>에선 가족으로 절대 두고 싶지 않은 캐릭터가 너무나 많이 등장한다. 이안의 부모가 그렇고 아이린과 그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반면교사는커녕 그쪽으로 소변도 누고 싶지 않을 만큼 역겨운 인물들 천지라 오히려 내가 다 겸허해질 지경이었다. 지금 현재 내가 안고 있는 고민들이 적어도 이 작품에서 이안이 겪는 일에 비해선 하찮게 보이더라.

 그렇기에 가족의 소중함이 진정으로 와 닿은 작품이다. <플란다스의 개>에 비견될 만한 새드엔딩의 귀감이 될 만한 작품이었고 내 스스로에 대해 전에 없이 겸허히 돌아보게 돼서 이 작품도 주기적으로 읽고 다른 사람들한테 추천할 듯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을 것인데, 일단 이 작품으로 오노 나츠메란 작가에 입문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 정도로 읽기 잘했다고 생각한 작품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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