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인 1~2 박스 세트 - 전2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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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우라사와 나오키의 단편은 처음 읽어보는데 단편에도 작가의 장기와 동시에 단점도 고스란히 드러나 여러모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루브르 박물관을 소재로 한 일종의 프로젝트성 작품으로 즉흥적인 설정에 살을 붙여 유쾌한 활극으로 발전시킨 작가의 서사적 기교가 돋보였다. 그러나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꿈을 연상시키듯 모호하게 처리하는 결말은 아무래도 아쉽기만 하다... 그나마 주인공 부녀가 전화위복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빌리 배트> 못지않은 허무함을 맛봤을지 모르는 일이다.

 짧은 분량의 작품이라 주제의식이 그렇게 돋보이진 않았고 읽은 지 일주일 지난 지금은 솔직히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보단 아무렇지도 않게 뱉은 복선을 교묘히 잘 회수한 것이나 작중 등장인물은 뻐드렁니 소장의 그럴 듯했던 계획과 그 안에 담긴 낭만,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는 페르메이르의 <레이스 뜨는 여인>을 나도 한 번 보고 싶어졌다는 게 이 작품을 읽고 난 뒤에 남은 감상이다. 뻐드렁니 소장은 그 특유의 말투 때문에 비호감이었고 이래저래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짧은 작품 안에서 비중과 존재감은 상당하니 호불호를 떠나 제법 성공적인 캐릭터라 생각된다. 창작에 있어 주제의식처럼 관념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때론 개성적인 캐릭터와 번뜩이는 서사가 더욱 중요할 수 있음을 잘 역설하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몽인>은 작가 특유의 장엄함과 최소 2세대에 걸친 숙원 같은 것 없이도 가볍게 즐겨 읽을 만한 작품이었다. 작가가 단편도 어느 정도 잘 그린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다른 단편도 국내에 출간된 게 있다면 읽어보고 싶다. 이 작가의 장편은 가벼운 마음으로 펼치기엔 부담스러워서 이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작가의 단점이라 꼽히는 신파도 유치함도 허무함도 덜하니 오히려 단편이라 더욱 괜찮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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