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드로잉 여행 1
김혜원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9.8



 글 말고 다른 형식으로 여행을 기록할까 싶던 차에 읽은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예전에 읽을 땐 작가의 아기자기하고 유머러스한 그림체와 일본 기차 여행이란 로망에만 감탄했지만 새삼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이 정말 축복받은 능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령 사진 촬영이 불가한 미술관에서의 경험일지라도 이 작가처럼 그림 실력이 뛰어난 경우엔 문제 없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으니 정말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제아무리 말로 이렇더라 저렇더라 조리 있게 설명을 해도 시각적인 자료를 동반하면 전달력에 있어서 얘기가 달라지지 않는가.

 형식은 만화지만 작가의 남다른 인문학적 취향 덕에 일부 파트는 대단히 유익하게 읽혔다. 가령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를 읽고 가보고 싶던 우동집을 직접 방문해보는 에피소드나 다자이 오사무의 발자취를 쫓는 문학기행, 쉽게 접하기 힘든 일본 미술관 방문기 등 통상적인 일본 여행기와는 확연한 차이점이 있었다. 게다가 이 모든 일정을 기차 여행 중에 했다는 게 정말 대단했고 부러웠다. 아마 책에서 소개된 야간열차 중 몇 대는 운행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자신의 로망을 늦지 않게 이룬 작가의 행동력과 그 로망을 자신의 장기인 그림으로 남겨둔 성실함과 꼼꼼함엔 정말 고갤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은 준비 단계에 있어 정확히 말은 못하겠지만, 나도 글이 아닌 다른 형식으로 여행기를 남겨보고픈 열망이 크다. 생각을 묵혀둔 다음에 글로 풀어내는 여행기의 묘미를 좋아하지만 이젠 그것말고 다른 형식, 가령 영상으로 담은 여행기처럼 보다 현장감 있는 여행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느낀 감동은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엔 어느 정도 열기가 식어버려서 실감나게 표현하려고 해도 가식적이거나 상투적인 것 같다는 한계에 직면해서다. 여행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계속 다닐 것이기에 더 잘, 그리고 후회없이 기록하는 것에 열을 올리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을 가는 것만큼이나 여행을 기록하고 추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니까.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아니, 나를 위해서.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은 출간되고 시간이 지나서인지 절판이 됐던데, 못 읽어본 분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거나, 만약 중고서점에서 발견한다면 사서 읽어볼 것을 권해본다. 소장 가치도 있거니와 볼륨도 상당해 일본 여행에 관심이 많다면 후회 없을 책일 것이다. 여행 동선을 구상함에 있어 많은 참고가 됐는데 - 물론 작중 여행 시기가 최소 10년 전이니 JR 패스라든가 관광지 입장료 등에 대한 정보는 지금과 현저히 다를 수 있다. - 해당 도시로 여행을 갈 일이 있으면 이 책을 다시 펼쳐볼 예정이다. 일단 이 책에 나온 일본 도시 중 끌리는 곳이 있다면 사구가 있는 돗토리와 우동이 유명한 타카마츠, 그리고 예술의 섬 나오시마로 갈 것 같다. 비행기표를 한 번 알아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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