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1



 '가가 형사' 시리즈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완결이 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가가가 등장하는 작품이 출간됐다. 일본에서 출간 당시 독자들은 마쓰미야가 주인공인 외전으로 여겼다지만 이후에 가가가 주인공인 후속작이 출간한 것으로 봐선 이 시리즈는 바야흐로 2기에 접어든 모양이다. 이 시리즈의 작품인 <붉은 손가락>으로 추리소설에 입문한, 아니 독서에 입문한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긴 하지만 가슴 속에 불길한 생각도 스쳤다. 박수 칠 때 떠나보내지 못해서 괜히 부관참시가 되는 꼴은 아닌지...

 이 작품을 읽으니 다행히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전작에서 도입부가 복잡해 진입하기 힘들었던 것과 달리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게 시작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사건을 파면 팔수록 이면에 쉬이 짐작하기 힘든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의 핵심이 되는 소재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기가 녹아든 것도 반가운 부분이었다. 작가의 전공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과학 기술과 한계, 그리고 맹점을 다룸에 있어서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믿음이 가는 작가도 드물다. 과거엔 그런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요즘 작품에서도 녹슬지 않았구나 싶어 내심 안도했다.


 아무튼, <붉은 손가락>에 처음 등장했던 마쓰미야는 이 작품에선 제법 베테랑 형사다운 면모를 보인다. 그가 첫 등장한 작품에서 가가에게 조언을 받던 모습이 떠올라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후반부에 들어서 마쓰미야는 비밀을 밝히는 형사의 직업윤리가 시험당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심리 묘사가 제법 울리는 바가 컸다. 비록 마쓰미야의 과거사는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고 작가가 굳이 공들여 묘사하는 의도도 뻔해서 약간은 몰입도를 저해하는 감이 적잖긴 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 과거사로 인해서 마쓰미야가 진정성 있고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결말부에 아주 신파적으로 연출될 법한 장면에서도 뜻밖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특히 한몫했다.

 마쓰미야처럼 사람은 복잡다단한 감정의 굴레 안에 놓인 존재이기에 타인을 대하는 일은 늘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설령 가족이더라도 말이다. 가족도 결국 타인이니까. 하지만 타인과 가족에 차이가 있다면 타인은 피하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겠다. 타인인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마음을 터놓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이 아닐까. 가족과의 적당한 거리감,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감이란 어느 정도인지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범인의 동기가 뜬금없고 범인의 과거사도 조금 더 분량을 할애해서 그려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 때문에 여운이 반감됐다. 그걸 제외한다면 반전이나 등장인물들이 갖는 딜레마 등 <붉은 손가락> 이후로 이어져 온 시리즈의 인간미 짙은 작풍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아마 이 작품도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 작품도 제법 기대된다. 기대해봐도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