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와 고전부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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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요네자와 호노부를 대표하는 시리즈 '고전부'의 팬을 위한 책으로 미공개 단편소설과 작가의 인터뷰, 창작 노트 등 팬이라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다른 추리소설가들과의 대담도 있고 소설가 지망생을 위한 강연 내용도 있고 시리즈 집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고전 추리소설도 소개돼 여러모로 흥미로웠지만, 정작 가장 기대한 미공개 단편소설의 완성도는 다소 썰렁해 전반적인 만족도는 그닥이었다. 만약 이 책이 단편집이었다면 다른 수록작이 그 썰렁함을 만회해줬을 테지만, 딱 한 편만 수록된 지라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전에 나온 단편의 플롯을 반복해 참신함마저 떨어졌으니 내가 너무 박하게 평하는 건 아니리라.

 소설은 물론이거니와 만화와 애니로도 섭렵했으니 나는 이 시리즈의, 나아가선 작가의 팬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읽다보니 내가 생각보다 작가의 팬을 자처하기엔 읽지 않은 작품도 많거니와 읽었으나 감동은커녕 실망한 작품도 상당해 작가의 팬이라 할 순 없을 것 같다. 심지어 모든 발언이나 창작관이 달갑게 들리지 않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해 기시 유스케, 하라 료, 요 네스뵈 등 여러 작가들의 팬이 됐다가 실망을 거듭한 경우가 다반사이며 현재로선 이사카 코타로 정도가 아닌 이상 내게 있어 작가 이름만 맹신하고 작품을 고르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개개의 작품을 평가해야지 작가의 이름에 현혹돼 평가가 흔들리면 그 즉시 인지부조화에 시달릴 확률이 크니까 말이다. 아닌 건 아닌 거고 좋은 건 좋은 거다. 한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할 때 명심해야 할 태도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다 읽으니 내가 작가의 열렬한 팬은 아닐지언정, 그럼에도 신작이 기대되는 작가라고 느끼게 됐다. 책에서의 작가의 말이 유달리 촌철살인이거나 감동적이서 그리 느낀 건 아니다. 작가라면 말 같은 건 얼마든지 멋들어지게 할 수 있잖은가. 중요한 건 작품이지.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읽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몇몇 작품이 큰 울림을 줬으니 여전히 이 작가를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추상오단장>,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보틀넥>은 그야말로 작가에 대한 충성도가 솟아오를 만큼 짙은 여운을 자랑하는 작품들이었다.

 현재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작가이지만 최근에 상을 받거나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은 아직 한 작품도 읽지 못했다. 큰 호평을 받았던 <야경>이 그냥 저냥이어서 최신작들이라고 무조건 봐야지 하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간 읽을 것이다. 그 작품들을 읽을 때 이 책에서 읽은 이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 갖고 있는 일종의 자긍심을 떠올려야지. 그럼 이야기가 더욱 묵직하게 읽힐 듯하다.

‘그냥 그런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말하자면 독자가 이야기를 돕는 꼴이다. 양자는 협력 관계라고도, 공범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타협은 드문 일이 아니다. 아니, 일반적이다. 뮤지컬 배우가 갑자기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것도, 시대극 관리가 악독하기만 한 것도 이상하다면 이상하지만 그런 건 무의미한 비판이다. 공범 관계가 전혀 없는 이야기를 보고 싶으면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야 한다. - 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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