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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7.5
요코야마 히데오의 데뷔작으로 그 작가 특유의 수컷 냄새 진하고 오글거리는 문체가 거슬렸던 작품이다. 문체의 아쉬움을 떨쳐낼 만큼 소재가 압도적이지만,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에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상황 설정과 막판에 몰아치는 반전이 작위적이었던 것, 그리고 신파 때문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나름대로 인과응보에 해당하는 사건의 내막과 시험지 답안을 훔친다는 루팡 작전이란 초반 설정은 아주 흥미로웠지만 작가의 진성 팬이 아니라면 호감을 갖기가 힘들 것 같다. 주인공 일행들이 기본적으로 껄렁껄렁한 인물이고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들도 쓸데없이 너무 많고 결점이 많아서 버겁게 읽혔다.
10년 전에 읽었을 땐 꽤나 감명 깊게 읽었고 내 기억으론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재밌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니 다른 인상을 받았다. 이런 현상은 최근 1~2년 사이에 심해졌는데 아무래도 내 심경에 변화가 있긴 있었나 보다. 아무튼 일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청춘의 활력이 풍기면서도 어딘지 사회 도처에 넘치는 씁쓸한 분위기도 담아내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은 분명 인상적이었는데, 무리하게 사회파 추리소설 같은 느낌으로 결말을 맺으니 과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후 작가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그렇게 뜬금없는 결말은 아닌데, 처음엔 분명 활극처럼 시작된 이 작품의 성격을 생각하면 마무리는 다소 따로 노는 경향이 강했다.
<64>에서 빛이 났던 농익은 작풍에 비하면 여러모로 어설프지만 한편으론 패기가 넘친 작품이라 이런 느낌을 높게 사는 독자들도 많을 듯하다. 무리수도 드문드문 보였지만 이만하면 최선을 다해 수습하고 갈무리했다고 본다. 노련함 대신 패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가의 진성 팬들에겐 소중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진성 팬이 아니었을 뿐... 예전엔 분명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었는데 이젠 그렇게 못하겠다. 나도 참 적잖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