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9.4 






 중의적인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자기 여자친구와 한 번 하려다 퇴짜를 맞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유머러스하게 진행된다. 이 유머러스한 톤은 그대로 진행되고 이 어린 커플의 다툼도 진지하되 풋풋하게 그려진다. 지금이야 많이 개방된 편이지만 이 작품이 신인상을 수상한 즈음인 20년도 훨씬 전에 용케 이 유쾌한 작풍이 인정을 받았구나 싶을 정도로 <동정 없는 세상>은 세월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소설이다. 이상적인 어른과 짓궂어도 선은 넘지 않는 친구들, 속세에 속하지 않는 듯 대학 진학에 대한 욕구나 걱정이 전무한 4차원 주인공과 그 주인공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목표인 '한 번 하고 싶은' 대상인 여자친구는 만만찮은 존재로 등장한다. 


 쉽게 말하자면 여러 우여곡절 끝에 여자친구와 실랑이를 벌이다 얼추 무드를 잘 잡아 거사를 치르는 뭐 그런 내용이다. 조금 어렵게 말하자면 정작 성관계보다 주인공이 인격적으로 어느 수준의 됨됨이를 갖춰 나가게 되는지가 더 눈길이 가던 성장 소설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관계 뒤에 쪼그라든 주인공의 물건을 보고 여자친구가 귀엽다고 말하자 주인공이 영원히 쪼그라들어도 괜찮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그 나이대 남성의 성욕을 유쾌하다 못해 시종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작가의 성관념이 그릇됐다라고 여길 만한 부분이 느껴지지 않아 끝까지 기분 좋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현대 문학에서 성에 대한 묘사를 과시하듯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트렌드를 넘어 일종의 소양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소설은 그중에서 성이란 관념을 가장 모범적이고 바람직한 시선으로 묘사하지 않았나 싶다. 


 때문에 이 소설이 단편 드라마로 나왔다는 소식이 반갑기보다 불안하다. 보려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겠지만 원작의 풋풋함이나 적절한 수위가 드라마에서 제대로 구현됐으리란 기대가 잘 되지 않는다.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지만 당장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만약 본다 해도 그 전에 작가의 대표작 <아내가 결혼했다>를 다시 읽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둔 영화를 찾아볼 듯하다. 아, 물론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은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하고 비슷해. - 142p



무엇을 하건 간에 어차피 어른이 되는 것이라면 근사한 어른이 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근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근사한 사람이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근사하게 살아갈 것이다. - 181~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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