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통제구역 1
OSIK 지음 / 고트(goat)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10 






 이 작품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어쨌든 군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이기에 어쩔 수 없이 모든 독자를 아우르기가 힘드리란 점이다. 내가 아무리 군대 고증이 출중하고 개인적으로 <D.P.>보다 오싹하고 심금을 울렸으며 이게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정말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라 해도 어필이 잘 되지 않을 듯하다. 

 <민간인 통제구역>은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일컬어지는 GP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으로 등장하는 군인들은 모두 GP병들이다. GP병이라... 잘은 몰라도 정예 중에 정예들이며 엄청 빡센 군생활을 보내리라 짐작만 할 뿐이지 정확히 어떤 군생활을 보내는지 모른다. 나는 비교적 후방에 배치된 부대에서 자대생활을 했는데 누가 후방 아니랄까봐 참으로 긴장감도 없이 느슨하기 짝이 없는 부대였으나, 선임들은 그러한 무료함을 달래려고 온갖 부조리와 똥군기로 후임을 괴롭히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랬던 지라 신병이었던 나는 '정작 최전방은 근무가 빡세서 후임이고 부조리고 신경쓸 겨를 없이 나라만 지킬 텐데' 하고 푸념을 해댔었는데, 이 작품 <민간인 통제구역>을 읽다보면 그런 푸념도 참 순진한 생각이지 않았나 싶다. 정예고 최전방이고 상관없이 어차피 군대고 사람들 모이는 곳이라면 부조리와 폭력이 만연하고 그 안에서도 폐급과 쓰레기가 넘쳐나는 법. 작품 초반부터 초대형 사고를 기가 막힌 방식으로 은폐하는 부대의 꼬라지, 특히 간부들의 꼬라지를 보면서 정말 군대는 어느 분과나 다를 바가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인 GP는 여느 부대보다 사회와 격리되고 북한이 코앞이라 그것만으로도 긴장감이 넘친다는 점, 그리고 내부에도 적이 있음을 더욱 강조하는 효과도 낳는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내가 접한 군대 창작물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응원하게 된 주인공 조충렬 일병이 겪는 수난을 그린 압도적인 흡입력 있던 스토리, 흑백이고 거의 남자 캐릭터만 등장함에도 명확하게 캐릭터성과 심리를 파악할 수 있던 그림체, 그리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 끝에는 일종의 열린 결말로 연출돼 여운 또한 남았다. 무엇보다 최초에 조충렬 일병을 시작으로 수많은 캐릭터들이 저지른 크고 작은 잘못이 맞물려 이 사달이 비롯된 것이란 작품 비극의 자초지종은 내 마음을 가슴 아프게 어지럽혀 놓는데 이 점도 어떻게 보면 남달리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만약 톱니바퀴 하나만 잘못 돌아갔더라면 최악의 사태만은 면했을 텐데... 군대에선 작은 일이라도 가벼이 넘겨선 안 된다는 사실을 충고하니까 말이다. 

 <민간인 통제구역>은 본래 네이버 웹툰으로 먼저 접한 작품이고 완결까지 접한 다음 단행본도 바로 구입했다. 두 권에 600페이지씩, 총 5만 원이라는 가볍지 않은 가격대였으나 후회되지 않는다. 비록 단행본만의 외전이나 특전은 없지만 본편이 워낙에 훌륭해 불만거리로 삼을 수 없는 부분이고, 흑백이긴 하나 종이의 질과 펼쳐서 읽을 때의 느낌이 아주 부드럽고 훌륭해 높은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다. 그리고 진짜 여담이지만 마침 책의 출간일이 내 생일과 가까워 '나에게 주는 선물'이랍시고 의미 부여할 수 있었기에 참으로 애착이 가는 책이다. 뭐, '선물'이라기엔 너무 무겁고 슬픈 작품이지만, 이토록 완성도 있는 비극이라면 기꺼이 환영이다. 여성 독자에겐 얼마나 와 닿을지 감이 안 잡히지만, 나는 자랑스럽게 어지간하면 실패하기 힘든 작품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데뷔작이 이 정도라니... 작가의 다음 작품이 무척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