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별이야 시공 청소년 문학 34
웬디 매스 지음, 장현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8.3 






 이 작품의 원제는 'Every soul a star'이다. 한국 제목이나 원제나 큰 차이는 없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원제를 좀 더 좋아한다. 우리 모두라고 칭하는 것보다 영혼이라고 개개인을 칭하는 게 더 존중하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아무튼 이 소설은 <망고가 있던 자리>로 데뷔한 작가 웬디 매스의 작품으로 일식 캠프에서 벌어지는 세 주인공의 성장담을 그리고 있다. 아, 참고로 여기서 일식은 일본 요리가 아닌 천문학적 현상을 가리킨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까 일식을 볼 수 있는 장소를 몇 십 년 뒤, 멀게는 백 년 넘게 뒤라고 하더라도 꽤 정교하게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검색해보시길. 천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일식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정확히 파악해 거의 십 년 전부터 미리 대기하기도 한다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앨리의 부모님이 딱 그런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식들까지 데리고 숲에 캠프장을 세워 기다린다는 게 좋게 말하면 대단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정상은 아닌 건데 앨리는 부모의 의도가 좋게 풀려 천문학 소녀로 구김살 없이 자라게 된다. 


 오지나 다름없는 일식 캠프장에 드디어 고대하던 일식을 보러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개중에는 이 작품의 나머지 두 주인공도 포함됐는데 한 명은 과학자 부모를 둬서 선택의 여지 없이 캠프장으로 이사를 온 모델 지망생 브리와 다른 한 명은 과학 보충 수업을 캠프장 봉사로 대체하려는 자존감 낮은 남학생 잭이다. <우리 모두 별이야>에선 천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불편한 장소인 캠프장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거의 평생을 자랐기에 앞으로도 떠나고 싶지 않은 앨리, 앨리와 반대로 캠프장을 하루 빨리 떠나고 싶은 브리, 그리고 무사히 캠프장 봉사를 마치고 싶은 잭과 그밖에 여러 아이들이 얽혀서 일식을 기다리며 자기 자신에 솔직해지고 자신의 꿈과 미래를 보다 낙관적으로 그려나가는 성장담이 병렬식으로 펼쳐진다. 

 한 명의 주인공도 아닌 세 명의 주인공이라니까 산만하다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읽다 보면 지루할 만하면 시점이 바뀌고 캐릭터간 캐미도 좋고 다들 개성적이라 오히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앨리 이야기에선 천문학적인 이야기와 함께 세상 물정에 어두워 캠프장 밖을 두려워하는 이야기, 브리 이야기에선 가족 중에서 유독 꾸미는 것이나 보여지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소녀가 캠프장에서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다 자신이 줄곧 '너드'하다 여겨진 천문학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야기가, 잭 이야기에선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친구도 사귀고 여러 사건을 겪으며 활동적인 아이로 변해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솔직히 이 작품에서 일식은 하나의 계기일 뿐 결국 그 계기 덕에 서로 다른 개성의 아이들이 모여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발견하는 것에 초점이 가있어 나처럼 천문학에 관심이 별로 없는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물론 일식의 웅장하고 신비로운 매력에 대해서도 충분히 어필하는 책인 만큼 읽으면서 언젠가 일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게 어디 쉬워야 말이지... 


 10년이 지나 이 작품을 다시 읽으니 주인공 세 명이 부모 의지대로 거주지가 바뀌거나 성격이 형성된 것 같아 내심 부모 자식 사이의 불합리한 관계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앨리와 브리의 부모들은 그저 자기 자식을 자신의 눈이 닿는 위치에서 최대한 보호하고 싶어했을 뿐이지만 문제는 경우에 따라 그것 또한 폭력일 수도 있는 것이, 앨리나 브리의 경우 잘 풀렸기에 망정이지 극단적인 환경 변화가 사람에게, 그것도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이기에 부모가 아이들과 상의 없이 자신들의 꿈을 위해 거주지를 척척 바꾸는 게 그리 바람직하게 여겨지진 않았다. 당연히 악의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유일하게 잭은 이 경우에 해당이 안 되지만 이 아이가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도 부모가 형과 동생을 알게 모르게 비교하며 키운 탓도 있어서 이들 부모라고 더 낫다고 하진 못하겠다. 

 그렇다 보니 사람이 자기 자신의 개성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세우는 건 본인의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론 부모의 의도완 달리 그들이 전혀 도움이 안 되거나 역효과를 낼 때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타인의 도움 못지않게 본인들 스스로의 노력과 그 노력을 유발하는 계기가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다는 게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얻은 교훈이다. 그렇게 자신이 처한 환경과 주어진 조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장해나간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시작은 꼬였지만 그래도 잘 풀려서 다행이라고. 

인생은 짧아. 그렇지만 넓거든. - 2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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