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덴마크 - 오해와 과장으로 뒤섞인 ‘행복 사회’의 진짜 모습 지구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에밀 라우센.이세아 지음 / 틈새책방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8.0 







 지난 번에 읽은 오헬리엉의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와 같은 '지구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라기에 관심이 가 읽게 된 책이다. 덴마크는 <덴마크 사람들처럼>이란 책을 읽은 이후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인데, 재한 덴마크인인 저자가 썼다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덴마크 사람들처럼>은 덴마크인 저자가 덴마크에 대해 쓴 책을 번역한 것이라면 <상상 속의 덴마크>는 한국에 사는 덴마크인 저자가 보다 한국 문화와 비교하며 썼다는 차이가 있어 어떤 얘길 펼쳐줄지 기대됐다. 

 기대보다 매우 디테일하게 프랑스의 이모저모를 내게 깊이 있게 전달해준 오헬리엉의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에 비해 <상상 속의 덴마크>는 다루는 이야기가 그리 다양한 편이 아니었다. <덴마크 사람들처럼>과 비교한다면 그 책은 보다 전문적인 시각을 겸비해 자국의 문화를 분석했다면 이 책은 보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해 어딘지 전문성에서 비교가 된다. 한국 문화와의 비교 같은 경우엔 저자의 아내가 덴마크 시댁에서 문화 충격을 받는 장면 등 한국인 독자로서 체감할 만한 사례를 소개해 덴마크가 우리와 다르긴 하고 보다 천국이란 선망이 생기긴 했다. 오해와 과장이 섞였어도 덴마크는 역시 행복 사회였다. 


 하지만 '오해와 과장으로 뒤섞인 행복 사회의 진짜 모습'에 대해 쓴다고 포문을 연 것치곤 내가 익히 들어왔고 예상한 덴마크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난 내용은 없어서 그다지 흥미 있게 읽히진 않았다. 가령 뉴욕에서 카페 밖에 유모차를 뒀다가 고소를 당한 여자 이야기나 휘게 이야기, 얀테의 법칙, 사치를 부리는 것과 영 동떨어진 덴마크인들의 모습과 수평적인 조직 문화, 생각보다 가벼운 종교의 위상이나 상대적으로 천재를 방치하는 듯한 평등 지향의 교육 제도,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독립적이길 강요하는 듯한 아이러니함 등은 내겐 너무 뻔했다. 이건 내가 그동안 북유럽이나 덴마크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단 뜻이기도 하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들어본 얘기들과 사례인 감이 있었다. 

 이 책의 진짜 재밌는 부분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였다. 이민자 친구가 체스 세계 선수권에 출전하자 느낀 감정이나 수술 때문에 좋아하던 농구도 포기하거나 덴마크 사회도 의외로 성별에 따른 직업 고정 관념이 강한 나머지 저자가 사회 복지사 자격증을 얻으려고 할 때 사람들이 의아하게 여겼던 것, 시댁에서 주인공의 아내가 겪은 문화 충격과 반대로 저자가 한국에서 격은 문화 충격,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자신이 대학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자 신기하게 여기는 장면이나 한국어 잘한다고 칭찬할 때 칭찬 자체가 어색한 문화권에서 자라온 탓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해 하던 속마음 같은 게 인상적이었다. 


 덴마크 문화에 관심이 많거나 저자의 이름을 어디선가 접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다. 반대로 이미 덴마크와 관련된 책을 어느 정도 읽었다면 이 책의 내용이 다소 가볍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이 마냥 비전문적이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말 전문적인 자료를 원한다면 시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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