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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킹 온 록트 도어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월
평점 :
7.0
이 작가의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체육관의 살인>부터 접한 독자라면 신작을 읽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의 살인> 이후부터 점점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인데 전에 읽은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에서도 느낀 거지만 이 작가는 단편에 약한 편인 것 같다. 새로운 시리즈물이 될 듯한 <노킹 온 록트 도어>의 경우엔 표제작이자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후보에도 올랐다는 '노킹 온 록트 도어'만이 재밌었고 나머지 수록작은 그냥저냥이었다. 그래서 아마 후속작이 나와도 안 찾아볼 것이고 다만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후속작이나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그 책은 읽을 것이다.
트릭과 동기 전문 탐정, 이렇게 2인조로 구성된 탐정 사무소 '노킹 온 록트 도어'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집은 바로 위에서 말했듯 첫 번째 수록작이자 표제작이면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후보에도 오를 만한 가치가 있던 '노킹 온 록트 도어'가 가장 재밌었다. 초인종도 뭣도 없는 탐정 사무소의 컨셉도 재밌었고 - 노크 소리로 상대가 누구인지 추리하는 건 사소하지만 기발한 컨셉이었다. - 제목이 사건 본편과도 어느 정도 아귀가 맞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땐 유명 팝송을 패러디한 것 같아 어째 호감이 가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첫 번째 수록작은 나머지 수록작을 꽤 기대하게 만들기에 아주 적격인 작품이었다. 특히 작가의 <수족관의 살인>에 견줄 만한 살인범의 독특한 동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후 수록작의 내용은 별로 기억이 나는 게 없다. 바로 다음 수록작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는 트릭도 뻔했거니와 굳이 트릭과 동기로 전문 분야가 나뉜 두 탐정이란 설정도 재미도 없어지고 잘 와 닿지도 않아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 수록된 작품들의 트릭이나 동기는 더 기억에 남는 것이 없고 탐정들의 숙적으로 등장하는 범죄 컨설턴트 미카게도 묘하게 인상이 흐릿해 전반적으로 뒤로 갈수록 인상이 흐릿해지는 책이었다. 전형적인 용두사미였달까.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는 대놓고 라이트 노벨스럽게 전개해 개성적으로 느껴진 반면 이 작품은 어디서 본 듯한 추리소설 설정이며 캐릭터가 적당히 혼합된 느낌이라 그리 애착이 가지 않았다. 작가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 분야가 다른 두 탐정이란 설정도 깊이가 없이 다소 흥미 위주로 만들어진 설정 같아 불만이었다. 왜 트릭을 잘 풀지만 동기 알아맞히는 건 쥐약이고 반대의 경우는 어째서인가. 그리고 그 둘이 힘을 합쳐야 비로소 제대로 된 탐정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웃픈 신세가 뭔가 제대로 그려질 듯 그려지지 않아 결국 끝까지 그저 그런 작품으로 남고 말았다. 이 작가가 <체육관의 살인>과 <수족관의 살인>보다 더 좋은 작품을 써주길 바랐는데... 역시 쉽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