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동사의 맛 - 이야기그림으로 배우고 익히는 우리말 움직씨
김영화 지음, 김정선 원작 / 유유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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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서 비교할 순 없지만 그런대로, 마치 학습 만화를 대하는 기분으로 즐기면서 읽었다. 우리나라에 이토록 다양하고 비슷하면서도 미세하게 뜻이 다른 동사가 많은 줄은 모르진 않았지만 막상 이렇게 모아 놓으니까 장관이 따로 없었다. 처음엔 모든 동사의 의미를 다 구분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회를 거듭하니 뭐가 뭔지 머리가 복잡했는데... 대놓고 학습 만화가 아닌 이야기의 흐름에 따른 주인공의 사유에 집중하고 그걸 또 쫓아가고 스스로 곱씹어 보는 맛이 있어 통상적인 학습 만화와는 결이 많이 달랐다. 원작 소설을 꼭 읽어보려고 한다. 

 배경이 되는 도서관은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종로도서관인데, 집 근처에 있어 종종 이용해 읽는 내내 반가웠다. 종로도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서관으로 100년 이상 됐으며 - 몇 번 증축하긴 했다. - 그래서 그런가 장서량도 많다. 위치는 여느 도서관처럼 좀 구석진 곳에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후미지지 않아서 산과 고층 건물이 어우러진 서울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도서관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종로도서관을 배경으로 삼았던 걸까? 주인공이 프라하로의 짧은 당일치기 여행을 꿈꾸는 장면이 나왔듯 - 무려 쿤데라의 <농담>과 함께 말이다! - 이 책은 말에 관한 책이자 곧 사유에 관한 책인 동시에 공간적인 여행의 묘미도 맛볼 수 있어서 이래저래 내 입꼬리를 들썩이게 했다. 그리고 이건 진짜 여담이지만, 어쩌면 높으신 분들의 사정으로 인해 종로도서관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뉴스를 봤기에 작중 그림 속 종로도서관의 풍경에 더욱 미소가 지어졌던 것도 같다. 


 약간 아쉬운 부분이라면 미세한 동사의 의미 차이를 그림으로 아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사전에 실린 풀이 그대로 소개하고 넘어가는 연출이 많았다는 것이다. 시각적인 가독성이란 측면에서 만화만큼 우세한 장르가 없기에 원작 그대로 연출한 듯한 그림이 조금은 무성의하게 느껴졌다. 결국 원작을 읽어봐야 알 일이지만, 또 작품의 분위기가 취향에 맞아 그리 거슬리는 단점은 아니었지만, 학습 만화로서의 정체성이 어느 정도 뚜렷한 만큼 더 신경 쓰면 어땠을까 싶다. 작중 소개되는 동사들의 의미 차이가 미세하니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아쉬움이었다.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갔으니까 말이다. 

뒤쳐지지 않고 제대로 서야만 뒤처지지 않겠지.

하지만 어떨 땐 그냥 뒤쳐진 채로 배를 드러내 놓고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 뒤처지다/뒤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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