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 - 일러스트레이터가 도시를 수집하는 방법
영민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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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이전에 포르투갈에 관련된 책을 읽고 다른 책은 더 없을까 찾아보다가 이 책도 읽게 됐다. 당신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포르투갈 여행기를 공유하는 일종의 자랑하는 듯한 뉘앙스로 비쳐졌다. 그런데, 사실 여행기를 쓴다는 것은 일종의 자랑하기 위한 행위지 않은가 라며 나는 애써 그런 뉘앙스를 신경 쓰지 않으며 책장을 펼쳤다. 

 포르투갈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은 대체로 이렇다. 날씨가 좋고 음식이 맛있으며 여유롭고 낭만이 있으며 물가가 싸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관광지라 차분한 분위기의 나라라는 것. 작가가 우연한 기회로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포르투를 한 달 가까이 여행한 내용을 기록한 <당신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는 이제는 천운을 타고나야지 외국에 가볼 수 있을 것 같은 이 암울한 시국에 까닭 모를 따스함과 희망을 안겨줬다. 최근에 친구와의 목포 여행이 불발됐음에도 '괜찮아, 돈 아꼈다 생각하고 다음에 가면 되니까.' 하고 애써 밝게 말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우리가 여행을 그리워하는 한 반드시 기회가 오리라고 확신까진 아니더라도 일종의 위로를 받았다. 뭐, 해외여행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테지만. 당장 파리 올림픽도 무관중이 아닐까 생각하면 내가 너무 비관적인 걸까?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여행기는 내용보다는 느낌 위주라 실질적인 여행 정보를 얻기엔 부적절할 수도 있다고 미리 밝혔다. 하지만 걷기에 가장 매력적인 도시라는 리스본과 포르투라 그랬던 걸까? 이 목적 없이 골목을 돌아다니는 여정이야말로 오히려 가장 실질적인 여행 정보로 다가왔다. 로컬들이 갈 만한 루프탑 펍이나 카페, 서점 등 일반적인 여행책에서 잘 나오지 않을 법한 가게가 적잖이 소개돼 그 정보를 접하는 것만으로 현지의 분위기나 작가가 그 가게들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 간접적으로 전해졌다. 직전에 읽은 <베네룩스 맥주 산책>이란 책은 순전히 맥주의 종류와 맛, 역사에 집중한 서술 때문에 마니악하게 느껴져 맥주를 좋아하는 나도 살짝 지루한 구간이 있었던 반면, 이 책에서의 서술은 전반적으로 과하지 않고 마니악하지 않으며 일러스트나 사진의 양과 배치가 적절해 절로 몰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러스트를 전공한 작가라 그런가, 시각적으로 감각적이면서 가독성이 돋보였던 책이다. 

 이 책의 집필 시기나 작가가 실제로 여행한 시기가 몇 년이 지난 지라 포르투갈이 작가가 방문했던 그대로의 모습일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포르투갈의 코로나 상황은 자세히 모르지만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워낙에 장기적이고 또 궤멸적인 탓에 무엇 하나 낙관적으로 기대하기가 힘들다. 하물며 유럽에서 가장 인종 차별이 적은 포르투갈이지만 과연 향후에 내가 방문했을 때 그러한 분위기가 여전하리라는 기대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리란 생각도 든다. 아마도 내가 실제로 포르투갈을 방문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뿐더러 마음의 준비도 상당히 필요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거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볼 수 있는 <당신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의 내용은 포르투갈이라는 미지의 나라를 나로 하여금 꼭 방문해보리라는 다짐을 굳건히 다지게 만드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위에서 말했듯 난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포르투갈 여행기를 공유하는 일종의 자랑하는 듯한 뉘앙스로 비쳐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뒤틀린 심성의 소유자인 듯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자랑하는 듯한 어조는 별로 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 '당신의 포르투갈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 하고 묻는 듯해 내 여행 욕구가 속절없이 들끓긴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나의 포르투갈은 과연 어떨까. 나는 실제로 포르투갈에 입국하면 어떤 인상을 받을 것이며 실망할 것인지 기대 이상일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과연 10년 안에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까. 꼭 그럴 수 있길 바란다. 

그리웠던 것은 포르투라는 도시에 나를 집어넣는 일이었다. 계획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도시를 느끼는 일. - 4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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