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룩스 맥주 산책 - 트라피스트를 찾아 떠나는 유럽여행
이현수 지음 / 메이드마인드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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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선 벨기에 맥주를 최상등급으로 쳐준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맥주순수령'이 있을 정도로 맥주 만들기가 까다로운 독일과는 달리 벨기에에선 제약이 없어 여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던 덕분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독일 맥주가 품질은 좋아도 다양성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는 평을 듣던데, 두 나라의 맥주를 비교하며 마셔본 적은 없으나 이런 상반된 평가를 살펴보면 과연 '순수'니 '제약'이느니 하는 것들이 얼마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 반문해보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맥주이고 실제로 여행 때 맥주 양조장을 적잖이 가봤다. 그래봤자 삿포로, 아사히, 산토리 그리고 제주에일이 전부지만... 아무튼 코로나만 아니었더라면 더 다양한 맥주 양조장을 방문했을 것이다. 기린, 오리온, 칭따오, 기네스, 하이네켄, 칼스버스, 필스너 우르켈 등등. 무료로 생맥주를 시음하면 대박이고 무료가 아니더라도 참 특별하고 값진 경험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맥주의 특성상 마셔봤자 그리 과하게 취하지 않고 갈증을 달래기에 좋다는 측면에서 고된 여행 일정 중에도 반드시 보람을 선사했다. 때론 양조장이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시간이나 체력을 소모한 적도 있었지만 다 적어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게 다 맥주를 좋아하기에 나올 수 있는 감상이겠지만. 


 그런 내게 있어 이 책은 컨셉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부러움을 유발했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의 맥주를 섭렵하는 여행이라니. 그 여정도 여정이지만 아내와 함께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도 참 부러웠다. 친구랑 같이 가는 것도 좋지만 나도 언젠가 저렇게 맥주 기행을 다닐 만한 이성과 만날 수 있을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물며 베네룩스는 결코 일반적인 여행지가 아니다. 동행할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보통은 런던이나 파리처럼 대도시에 가는 걸 선호할 테니까. 

 국내에 출간된 유럽 여행 서적에서 이 책은 컨셉이나 여행지부터 독보적이기 이를 데 없는데 내용도 거의 맥주의 종류와 맛, 양조장과 펍의 위치에 대한 서술이라 맥주에 대한 정말로 지대한 관심이 없다면 책의 예쁜 만듦새나 사진의 배치가 무색하게 지루하게 읽힐 것이다. 단순히 문장의 흡입력만 따지면 저자가 전문 작가까지는 아니다 보니 맥주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도 지루했던 구간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워낙에 다루는 내용이 갓 나온 맥주 거품보다 신선해 책을 덮고 난 다음의 만족도는 상당했다. 언제 베네룩스 3국을 방문해볼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이 책을 꼭 들고 가리라. 아까 지루한 구간이 있다고 했는데, 그 구간이란 바로 디테일하게 가게를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이런 디테일은 실제로 그 도시를 걷지 않은 이상 흡입력 있게 읽기 힘든 법. 그러니 꼭 현지에서 읽어볼 테다. 그런데 과연 그때 나는 혼자일까, 다른 사람과 함께일까? 꼭 다른 사람과 함께이길. 아무리 맥주가 좋아도 혼자 펍에 가긴 쉽지 않다. 맥주는 은근히 혼술이 어려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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