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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야 ㅣ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1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7.2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첫 번째 작품 <네 탓이야>는 하무라 아키라가 단독으로 활약하는 탐정물이 아닌 두 명의 주인공이 번갈아 등장하는 추리소설 단편집이었다. 하무라 아키라와 고바야시 경위 두 인물이 주역으로 등장하는데 고바야시 경위라는 캐릭터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없었다. 후속작에 등장한 기억도 전혀 없는데... 아무튼 나름대로 개성이 있는 양반이지만 그래봤자 하무라 아키라의 개성에는 미치지 못해서 이 작품을 끝으로 그만 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얼빵한 척하다가 범인의 급소를 찔러 수갑을 채우는 형사 캐릭터가 일본 추리소설엔 정말 많은 것 같다. 당장 최근에 읽은 <거짓의 봄>에도 이런 형사가 나왔으니까.
반면 하무라 아키라는 탐정 캐릭터로 사뭇 독특한 면모를 갖고 있다. 단순히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프리터이자 하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봤으며 그럼에도 탐정 사무소에선 놀라울 정도의 소질을 보이며 1년 이상, 종국에는 거의 반평생을 탐정업에 종사하기에 이른다. <네 탓이야>에서는 하무라 아키라가 아직 탐정이 되기 전에 알바처에서 겪은 일과 가족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전자는 이 시리즈 특유의 서늘함을, 후자는 하무라 아키라를 주인공으로 다룬 드라마의 대망의 첫 시작을 장식할 정도의 강렬함을 자랑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범인들의 종류는 크게 두 부류인 듯하다. 누구도 예상 못할 악의를 갖고 완전 범죄를 달성하는 부류와 마찬가지로 악의로 똘똘 뭉쳤으나 실행력이나 생각이 짧아 허술한 부류. 뭐, 짜증을 유발하기는 둘 다 마찬가지다.
내가 이 책에 대해 얘기하는 내내 각 단편의 스토리나 트릭보단 캐릭터들에 대해서만 살펴보는 데에는 아무래도 단편들의 완성도가 그리 고르지 못하고 인상적인 단편이 현저히 적음이 기인했을 것이다. 와카타케 나나미나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의 지대한 팬이 아닌 이상 추천하기 어려운데, 오늘날의 시리즈 위상이 꽤 높아진 걸 떠올리면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사실상 냉소적인 분위기를 제외하면 다른 탐정물과 차별화할 요소나 손에 꼽게 완성도 있는 단편은 없기에 후속작이나 드라마를 먼저 보는 걸 추천한다. 작가의 대표작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에 비해서도 단편 추리소설다운 묘미가 떨어지므로 - 끝마무리가 모호해 왜 벌써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다시 읽는 지금도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두 번 읽으면 새로운 감상이 남을까 했더니, 과한 기대였던 것 같다. 시리즈 신작인 <녹슨 도르래>를 읽을 걸 그랬다.
세상에는 자기가 멍청해서 저지른 짓거리의 책임을 아무 의심 없이 통째로 남에게 전가할 수 있는 행복한 인종이 존재한다. (중략)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들이 싫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은 실제로 성가시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할 때도 있다. - 143p
행운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지금까지 무심했던 것을 사과하기로 했다, 같은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나중에 배분될 예정인 불행을 미리 변명해 두기 위해 인심 쓰는 것이다. - 2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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