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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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처음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하도 이름이 많이 거론돼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던 작품이다. 읽기 전엔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데뷔작 <시인장의 살인>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 특히 상을 휩쓸었단 점에서 - 다 읽고 나선 이노우에 마기의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가 떠올랐다. 특수 설정 미스터리란 측면에서 최근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이 세 작품은 아쉽게도 내게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는데, 세 작품 다 소재만 특이하지 완성도는 미묘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는 것이 내가 공통적으로 느낀 단점이었다. 

 <영매탐정 조즈카>는 <시인장의 살인>과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의 딱 중간 지점에 위치를 점한 작품이다. 소재의 신선함이나 반전이나 완성도나.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지막 장에서의 촌철살인 추리쇼였다. 그 압도적인 장점에 의해 앞에 산재된 단점들이 많이 희석된 감이 있는데... 작년에 이 작품이 일본 추리소설계의 랭킹과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는 얘길 듣고선 작년에도 흉작이었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정답에 도달하는 길이 두 가지씩 마련된 단편들이 사뭇 특이하긴 했으나 개별적인 완성도나 매력이 떨어지고 특히 어떤 의미에서 '노리고 쓴' 캐릭터 묘사가 인내심을 요구해서... 과연 몇 명의 독자가 라이트 노벨 스타일의 유치한 문체와 캐릭터 설정을 참고 이 작품의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너무 시시해서 거기서 이탈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니까. 


 영매 능력으로 진범을 단번에 지목할 수 있는 영매사 조즈카와 조즈카의 영매를 통해 알게 된 사건의 진상에 논리적인 해답을 덧붙여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추리소설가 고게쓰 콤비는 흥미롭긴 하나 이미 다뤄질 대로 다뤄진 캐릭터다. 아마 작가는 더 이상 신선함을 유발하기 힘든 추리소설계의 세태를 비틀기 위해 이 콤비를 토대로 마지막에 그런 반전을 연출한 모양인데, 호불호를 떠나서 그 반전에 논리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고 무엇보다 이 부분에서 추리소설다운 진가가 잘 드러났기에 그토록 찬사를 받지 않았나 싶다. 개별적인 에피소드의 미스터리들이 독자가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을 만큼 흥미롭다거나 진입장벽이 낮지 않았다는 게 문제지 집요할 정도로 논리성을 구축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내심을 갖고 읽은 보람이 있게 '괜히 읽었다'고 후회하진 않았지만... 'No.1 미스터리!'라는 수식의 홍보 문구처럼 이 작품을 둘러싼 전반적인 과대평가가 눈에 밟혀 오히려 반발심이 드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특출난 장점이 있음에도 말이다. 본래 추리소설이 결말에서 다 만회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결말을 제외한 나머지가 볼품없는 수준이라면 얘기가 다르잖은가. 내 기대가 너무 과한 탓인지, 유독 취향이 맞지 않은 탓인지... 막판의 촌철살인 추리쇼가 없었다면 정말 엄청나게 독기를 품고 후기를 남겼을 텐데, 그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이 아니란 게 어찌나 다행인지 모른다. 망작을 까는 게 당장엔 재밌을지 몰라도 까도 까도 끝이 없고 또 공허한 지라 그런 작품을 애당초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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