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소년 아톰 박스세트 1~23 - 전23권 (완결)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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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옛날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만 했지 막상 실행에 옮기려니 쉽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만큼 연식이 된 작품이기도 하고 분량도 길어서 기껏 박스 세트를 구입해놓고 손길이 잘 가지 않았다. 결국 다 읽기까지 3주 넘게 걸렸다. 구성이 옴니버스식이다 보니 하루에 한 권 이상 읽기 힘들더군. 여하튼 여러모로 거리감이 있던 작품이지만 다 읽고 나니 기대 이상으로 배울 점이 많아서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옛날 만화 특유의 유치하면서도 기괴한 느낌도 도리어 신선했고 은근히 같은 패턴이 남발되는 듯하면서도 새로이 얘기할 지점을 낳는 에피소드들이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었다. 

 뒤로 갈수록 아톰이 가장 구식 기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존재들이 등장하는 것도 재밌었고 특히 인상적인 것은 첫 번째 에피소드와 마지막 에피소드가 의외의 내용이란 것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는. 왜 '우주소년' 아톰인가 했더니... 이 만화가 처음 연재된 게 50년대란 걸 생각하면 평행 우주 설정은 참 신박하지 않은가 싶었다. 


 듣기로는 아톰은 일본인의 로봇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미국에서 만드는 로봇은 주로 전투용 로봇이나 채굴용 로봇인 반면 일본에서 만드는 로봇은 간호용 로봇인 것엔 다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다. 아톰을 보고 자란 일본인들에게 로봇이란 인간과 공생하는 존재이며 그들이 인간에게 파괴당하지 않게끔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뇌리에 각인됐다는 것이다. 이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로봇은 그저 인간이 누리기만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듯 똑같이 배려하고 존중하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인데 실제로 작중에서 누누이 강조되는 주제기도 하다. 

 이런 주제의식은 지금 시점에서 봐도 파격적인데, 은근히 비정하고 현실감 넘치는 세계관과 대조되게 무척 따뜻한 인간애가 돋보이는 주제의식인 터라 경우에 따라서 무척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예를 들면 '클레오파트라'나 '로비오와 로비에트' 에피소드처럼 자신을 만든 부모(박사)의 뜻을 거스르지 못해 악행을 저질러야 하는 로봇들의 비애가 어떤 비극을 낳고 거기다 어떤 식으로든 인과응보의 결말을 맞이해 씁쓸함이 배가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두 에피소드는 천재적인 로봇 공학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낳은 로봇을 통해 분에 넘치는 꿈을 이루려거나 소모적인 감정 싸움에서 이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작가는 이러한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과 그에 신음하는 로봇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오만함은 모든 것을 망칠 뿐이라는 교훈을 한껏 강조한다. 


 아마 아톰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상 최대의 로봇'과 '청기사' 에피소드를 최고의 에피소드로 꼽을 듯하다. 전자는 단순히 배틀물로도 재밌었지만 그저 힘을 추구할 뿐인 로봇(기술)엔 미래는커녕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음을 날카롭게 시사했고 후자는 로봇의 자존감과 권리에 대해 얘기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에피소드였다. 이 에피소드는 유례 없이 인간들로부터 등진 아톰의 모습이 인간인 독자 입장에서 공감이 갔던 것이나 그럼에도 인간을 향한 아톰의 선한 마음에 큰 변함이 없는 것 등 여러 면에서 눈길이 갔다. 어떤 때는 아톰이 약간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나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아톰의 처지가 고매하면서도 짠하게 느껴졌는데, 이는 반대로 말하면 인간이 바라는 로봇이란 경우에 따라선 진언도 날리는 동등한 존재가 아닌 무조건 자신을 섬기는 노예인 것 같아 어떤 면에선 인간의 한계를 엿볼 수도 있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말하지만 이 작품에선 인간이 굳이 아톰처럼 지성이 있는 존재를 만든다면 그를 대우할 때 가히 인간 못지않게 존중해야 함을 꾸준하게 강조하고 있다. 아톰을 포함해 작품에 등장하는 무수한 로봇들은 지성을 갖췄으나 인간들에게 도구로 취급당하면서 엇나가거나 오히려 인간이 그 화를 뒤집어쓰는 전개가 적잖이 묘사된다. 때론 존재 자체만으로 위험천만한 로봇은 꼭 아톰으로부터 파괴당해야만 하는 전개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럴 때마다 아톰이나 파괴당하는 로봇이나 '왜 인간은 이렇게 위험한 로봇을 만들어서...' 라는 탄식을 낳는 장면은 반드시 나온다. 


 한마디로 철학적인 사유도 성찰도 없이 도구적이고 비인간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접근한다면 남는 것은 없다는 걸 한결같이 비판한 작품이 바로 <우주소년 아톰>이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애들 보는 로봇 만화 정도로만 인식하던데 생각보다 무겁고 심오하고 서사나 장르에 관해서도 실로 역사에 남을 법한 시도가 많았던 작품이라 새삼 이 작품이 일본 만화를 넘어서 문화에서 점하고 있는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울러 왜 데즈카 오사무가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토록 시대를 앞서간 인류애가 담긴 만화를 그린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불새>와 <붓다> 등 아톰말고도 대표작이 참 많던데 뭐부터 읽을지... 어떤 작품이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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