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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눈빛 ㅣ 나츠메 형사 시리즈
야쿠마루 가쿠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3월
평점 :
8.4
<형사의 눈빛>은 어딘지 가가 형사를 연상시키는 나츠메 형사가 등장하는 소설집이다. 야쿠마루 가쿠 작가의 작품 중에서 보기 드문 형사물로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 및 드라마화될 잠재력이 충분한 작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일본에선 동명의 드라마가 나왔다고 한다. 아쉽게도 작품 자체는 기대에 비해 재밌진 않았으나 드라마로 보면 또 느낌이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몇몇 납득이 안 가는 범인의 심리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보면 개연성 있게 다가올 것 같기 때문이다.
책에는 총 7편의 중단편 소설이 수록됐으며 첫 번째 수록작인 '오므라이스'와 표제작인 '형사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나머지 수록작은 내용이나 주제의식이 전반적으로 중복되는 감이 있어서 차라리 수록작을 줄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개중에는 반전을 위한 무리수도 있었고 그 무리수에 개연성을 부여하고자 지지부진하게 의미 부여를 하는 어설픈 경우까지 있어서... 작가의 <악당> 같은 완성도를 기대한 나로선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수록작 전체에 녹아든 농도 짙은 휴머니즘은 부담스러웠으나 주인공 나츠메는 아주 이성적이라 묘하게 작풍에 균형감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야쿠마루 가쿠의 소설들은 아주 감정적이고 물리적인 인과응보가 어떤 식으로든 묘사되기 마련이었는데 말이다. 작가는 '형사의 눈빛'에서 나츠메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죽어 마땅한 자를 죽여버리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그게 과연 자기 자식한테까지 당연하다는 듯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옳단 말인가. 진정한 인과응보란 그런 게 아니지 않을까. 그간 비슷한 질문을 반복해온 작가답게 이 작품에선 한층 성숙한 고민을 풀어냈다. 쉽진 않지만 가해자의 진실한 참회, 반성이야말로 진정한 인과응보이자 유족이 가장 바라는 바임을 강조해 다 읽고선 따뜻한 여운이 감돈 기억이 난다. 대미를 장식하기도 하고 또 분량이 가장 많아서 그런가, 표제작이 괜히 표제작이 아니었다.
첫 수록작 '오므라이스'는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라는데 상식을 뒤엎는 반전 때문에 그만한 평가를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 무슨 야동에서나 나올 법한 막장 전개가 나와 당혹스러웠으나 작가가 진정한 반성의 의미를 강조한 덕에 막장에서 그치지 않고 씁쓸함과 애절함까지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여러모로 첫 수록작에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 수 없었는데, 여담이지만 이번 단편집은 작가의 작품 중 불쾌하든 아니든 유독 섹슈얼적인 상황 설정이 많아 이질적으로 읽혔다. 대부분 어느 정도 필요한 수준의 설정이긴 했지만 범죄의 수위나 피해자의 죽어 마땅한 부분을 납득시키기 위한 자극적인 서술 같기도 해 눈살이 찌푸려졌다. 난 이 작가가 너무 자극적으로 글을 쓰지 않길 바라는데... 다른 작품에선 또 어떨지 확인해봐야겠다.
이 작품의 드라마는 총 11부작이라고 한다. 분량으로 봐선 원작보다 디테일한 내용일 것으로 기대된다. 주인공임에도 과거사를 제외하면 나츠메 개인에 대한 묘사가 적은 편이었던 소설을 드라마가 어떻게 재탄생시켰을지 궁금해 찾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마츠시게 유타카가 출연한다니 더 보고 싶어졌다. 원래는 형사나 야쿠자 역할로 유명한 배우라 그 드라마에선 진지한 연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언제 보게 될는지.
피해자의 가족들이 범인에게 바라는 것은 범인이 감옥에 가거나 무거운 형벌을 받는 것만이 아니야. 범은 스스로 자신이 범한 죄의 의미를 평생 곱씹는 것, 그리고 그것을 죽을 때까지 반성하며 살아가는 것, 바로 그걸 원하는 거야. - 4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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