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중독 아름다운 청소년 17
김소연.임어진.정명섭 지음 / 별숲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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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로봇에 대한 책을 읽을 필요성을 느껴서 집어든 책. 3년 전에 읽었을 때완 달리 만족도가 덜하거나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 달라지는 등 감상의 변화가 있었다. 전엔 표제작이 제일 좋았는데 이번엔 첫 번째 수록작 '특이점을 지나서'가 더 애정이 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던 모양인지 로봇의 조언으로 자기 진로를 현명하게 바꾼 주인공의 모습에 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은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 

 개인의 적성보다 당대의 전망 있는 직업, 이를 테면 작중에선 로봇이 정복하기가 요원해 보이는 서비스업 쪽으로 학생들의 진로가 결정된다는 게 어떤 의미에선 디스토피아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의 시대가 로봇과 경쟁하느냐 아니냐를 놓고 따질 때 무조건 후자의 노선을 취하는 게 현명한 처사라고 여겨지기에는 인간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참으로 무한하고 예측 불허하지 않은가?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발언일 수 있지만 말이다. 


 '특이점을 지나서'는 가스라이팅에서 해방되는 주인공, 로봇이라는 이질적인 존재와의 우정, 본래 인공지능 관련 용어인 특이점을 인간에게 대입해 보다 보편적인 개념으로 확장시키는 등 70페이지 가량의 짧은 분량에서 청소년 소설의 작풍에 맞게 여러 요소를 잘 다뤄낸 작품이었다. 로봇, 그러니까 인공지능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사람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특이점이란 개념을 사람이 자신의 꿈을 설정하고 나아가는 시점으로 해석한 게 퍽 인상적이었다. '특이점이 오다'라는 말이 어감에 비해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으며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는 일임을 강조한 게 - 어쩌면 있어야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 이 작품 '특이점을 지나서'의 놓칠 수 없는 성과였다고 본다. 

 <로봇 중독>과 <거짓말 로봇>은 로봇이란 소재를 통해 생명 존중과 선의의 거짓말에 대해 얘기하는 흥미로운 작품들이었다. 전자는 로봇을 반려 동물로 치환시켜 묘사해 상당한 따스함과 감동을 선사하고 후자는 거짓말을 하는 로봇의 위험성 - 로봇은 절대 거짓말을 못한다고 여겨지기에 사소한 거짓말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 과 더불어 결국 거짓말이 나쁜 것인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당사자의 의도가 나쁜 것인지 고민해보게 만든다. 중요한 건 이 책에 수록된 세 작품 모두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를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중에서처럼 발전된 인공지능이 흔해진 미래가 마냥 긍정적이기엔 기술적인 완성도가 필수적이겠고 때문에 불안 요소도 많을 텐데... 인공지능 개발과 도래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라고 한다면 공존의 방향을 모색하는 게 현명하지 않느냐는 게 바로 이 엔솔로지의 취지였던 것 같다. 


 3년 전에 읽었을 때완 달리 이번엔 청소년 소설집 특유의 유치함 내지는 얕은 깊이가 드문드문 보여 '내가 왜 이 책을 다시 읽으려고 구매까지 했는가' 하는 당혹감과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작풍이 유치하거나 깊이가 얕아 보인다고 해서 주제의식이나 작가들이 주목하는 이야기들까지 유치하거나 깊이가 얕게 느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다시 읽는 보람을 얻을 수 있었다. 과연 정말로 우리가 로봇과 우정을 쌓을 수 있는 미래가 도래할는지 모르겠지만, 설령 그런 미래가 도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책에서처럼 일단 미래를 긍정적으로 상정하고 상상해보는 것은 결코 무가치한 일이 아닐 터다. 다시 말하지만 로봇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면 사람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수록작들도 결국엔 로봇보다 청소년의 진로 설정, 생명 존중, 선의의 거짓말에 대해 얘기하고 있잖은가. 

 몇 년에 걸쳐 로봇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는 내 입장에서 이러한 로봇 소설의 공식은 변함없이 매력적이고 날 명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로봇에 대해 얘기하려고 하면 어느 수준까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느냐 그게 항상 걱정이기 마련인데, 어쩌면 전문적인 지식보다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통찰이 로봇 소설을 배로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 막막하던 차에 위로가 됐다. 로봇 이야기는 곧 사람에 대한 이야기... 꼭 명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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