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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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오랜만에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읽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했다. 전에 동기로부터 이 책을 두고 신랄하게 비평한 게 기억이 나는데 내용은 이렇다. '편집자의 개입 없이 작가 본인이 내키는 대로 글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 동기가 말한 '편집자의 개입 없이' 라고 말한 부분은 잘 와 닿지 않았지만, 이 책의 수록작들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다소 가볍게 집필됐다는 느낌은 확실히 부정하기 어려웠다. 사실상 이상문학상 후보작이었던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김영하식 재기 발랄함은 있을지언정 완성도는 미묘하거나 떨어져서... 작가의 어지간한 팬이 아닌 독자한테 함부로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아이스크림' 


 한 젊은 부부가 평소 자주 사먹던 아이스크림에 이상한 냄새가 나자 컴플레인을 거는 소동을 그린 단편. 자기들의 입맛이 이상한 걸까봐, 공연히 일만 키운 데다 양치기 소년 취급을 당할까 노심초사하는 묘사들이 공감 갔다. 특히 컴플레인을 걸면서도 긴장을 해야 하는 특수하고 씁쓸한 상황 설정은 어디서도 당당하기 쉽지 않은 젊은 세대의 서러움... 같은 것을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 제법 인상적이었다. 이런 감성을 보면 이 작가가 왜 '젊은 작가'로 불리는지 대번에 느껴진다.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인간의 연애사에 대입한 시시한 소설. 3원칙의 맹점이 충돌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로봇 서사의 묘미를 김영하 작가치고 너무 소모적으로 다루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착안점은 나름 괜찮았지만 - 정말로 로봇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선하고 좋았다. - 결과적으로 로봇인지 무엇인지 모를 남자가 자기가 로봇이며 로봇 3원칙의 충돌을 핑계로 여자 곁을 떠났다는 이야기에 불과해 솔직히 소재가 아깝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SF 애독자들은 아예 거품 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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