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름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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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작가가 후기에도 스스로 어느 정도 시인한 것처럼 <목마름>은 결과적으로 해리 홀레라는 캐릭터의 인기에 기댔을 뿐인 다소 소모적인 내용의 후속작에 불과했다. 애써 거머쥔 행복에 낯설어 하는 해리의 모습, 그럼에도 내심 자신의 활약이 절실한 사건을 기대하는 모습이나 약간의 잡음 끝에 소수 정예 수사 집단을 꾸리는 전개, 중간에 절망한 나머지 술에 손대는 전개와 골때리는 연쇄살인마의 등장, 복잡한 플롯, 흑막의 정체 등 모두 전편에서 마르고 닳도록 다룬 것들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난 10편의 작품에서 역대급으로 소화해냈기에 <목마름>은 이전의 성공 공식을 적절하게 답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피해자의 피를 마시는 흡혈귀 병에 걸린 살인마라는 설정과 더불어 사건을 목말라하는 해리의 모습을 연관 지어서 풀어낸 것은 개인적으로 식상함을 넘어 구태의연하게 느껴진 것, 해리를 제외한 이야기의 주역들의 빈자리를 꿰찬 새로운 캐릭터들의 매력이나 그들 사이의 케미도 눈길을 확 잡아끄는 구석이 없었던 것 모두 아쉽기만 했다. 이런 말을 하긴 싫지만 사실상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것을 제외하면 여느 서양 스릴러와 뭐가 다른지 참으로 짚어내기 어려웠다. 이 시리즈도 이젠 끗발이 다한 건가 싶었다. 특히 진범의 정체가 밝혀지는 연출이나 그의 동기 등이 이전의 범인들에 비해 너무 포스가 떨어져보이는 게 한숨이 다 나왔다. 내가 이 꼴을 보려고 700페이지를 읽은 건 아닌데 하면서. 


 그럼에도 후속작이 나오면 또 읽을 듯한데 그건 전적으로 작가의 후기의 덕이 크다. 소설을 쓰고 완성하는 것을 비행기 이륙과 착륙에 비유한 것과 이야기를 착륙시킨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이륙시키고 싶다고 말한 작가의 패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그간 써온 게 있으니 후속작에선 다시 제대로 활약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데... 후속작이 출간되기까지 <맥베스>를 읽으면서 기다림을 달래야겠다. 과연 후속작은 그 기다림을 충족시킬 만한 작품이려나. 다음에도 실망스러우면 더 험한 말이 나올 것 같은데 제발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 노르웨이에 직접 성지순례를 갔던 독자랍시고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당신의 소명이 여전히 당신 삶을 망치고 있습니까? 그게 곧 당신의 삶일지라도? - 3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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