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상어 - 사메지마 형사 시리즈 01 뫼비우스 서재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8.2







 일본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다는 도쿄 신주쿠를 배경으로 한 하드보일드 경찰물. 주인공 사메지마의 별명 '신주쿠 상어'는 이름에 상어(사메)가 들어가서 붙여진 것이기도 하지만 상어처럼 범죄자를 상대할 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묘하게 유치하고 절묘한 이 별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사메지마 형사' 시리즈는 지금까지 10권이 넘게 나왔다는데 국내에는 아직 1권밖에 출간되지 않았다. 내가 10년 전에 읽었을 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90년대에 출간된 구판으론 4권까지 출간됐던데 그 책들을 찾아 읽기엔 아무래도 번거롭고 번역도 옛스러워 손이 가지 않는다.

 작가의 출세작이자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지만 시리즈 자체가 좀 연식이 됐다 보니 우리나라 독자들이 구태여 주목하거나 관심을 가질 여력은 없어 보인다. 이 책 자체도 이미 절판됐기에 우연히 접할 사람도 요원해 사실상 이대로 후속작을 못 본다고 단념하는 게 나은 실정이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쉽다. 1권이 캐릭터 소개에 분량이 할애된 감이 있고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부풀려 놓았기에 역시 2권부터 순서대로 접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사메지마와 범죄자들의 결투도 궁금하지만 쇼와의 연애 이야기도 궁금하다. 쇼는 대놓고 남성 독자들을 노리고 만든 캐릭터라 나도 어쩔 수 없이 그쪽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다.


 지금 와서 보니까 이 작품이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과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best 1위에 선정됐다는 게 약간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조직 생활의 규칙을 쿨하게 무시하고 타협 없이 범인을 쫓는 사메지마의 과거사와 여정은 박진감 넘치고 통쾌했으며 액션과 추리, 골때리는 캐릭터도 많이 등장해 전체적으로 풍성하게 읽혔다. 생각보다 사건이 싱겁게 해결되고 아직 간만 살짝 맛본 정도라 감질났던 점이 좀 걸리지만 말이다. 가볍게 읽을 작품으로 더할 나위 없지만 엄청난 깊이와 철학을 기대해선 곤란한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라는 것 정도가 <신주쿠 상어>에 어울리는 수식어일 듯하다. 수상한 상의 목록을 보고 접근하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을 내세워 홍보하는 건 오히려 독일 수도 있다.

 신주쿠에는 딱 한 번 라멘을 먹으러 가봤는데 실제로 이렇게 분위기가 개판일까 싶어 약간 의아한 기분도 들었다. 3년 전에 신주쿠에 갔을 때 기억나는 건 신주쿠역의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출구도 너무 많아 비둘기들이 지하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튼 여행 중에 야쿠자를 볼 일이 없으니 작중에서 묘사되는 풍경이 정말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으로 여겨졌다. 특히 총기 사고가 남발한다거나 90년대에 게이들이 이렇게 버젓이 돌아다닌다는 등의 묘사는 낯설기 그지없었다. 이런 묘사를 일본의 서브컬쳐에서 한두 번 접하는 건 아니지만 엄연히 실재하는 장소인 신주쿠를 배경으로 펼쳐지니 어디까지 허구고 진실일지 살짝 구분이 안 갔다. 이 작품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건 어느 정도 고증이 잘 이뤄졌다고 받아들여야 하나? 살아생전 신주쿠는커녕 일본을 다시 밟을 일이 있을까 싶지만 만약 도쿄 여행 중에 신주쿠에 갈 일 있으면 이 작품의 내용을 잠시 떠올려봐야 할 듯하다. 무슨 일이 생길까 싶지만 혹시 또 모르니까.


 상술했듯 아마 이 시리즈의 후속작을 접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후속작은 물론이고 나오키상을 받았다는 시리즈 4편도 궁금하지만 10년 동안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사메지마의 이야기는 국내하곤 인연이 없는 것으로 여겨야겠다. 그래도 작가가 제법 유명한 사람이니까 다른 작품은 좀 출간될 법한데... 무려 미야베 미유키와 교고쿠 나츠히코하고 같이 사무실을 열 수 있는 작가라면 적어도 윈 히트 원더는 아니란 뜻이겠지. 다른 작품에서 필력을 어떻게 발휘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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