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세계 - 청소년 성장 만화 단편선 창비만화도서관 4
라일라 외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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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이 수록돼서 기대했던 책인데 내가 기대했던 작품을 비롯해 수록작 전부가 기대에 못 미쳤다. 창비에서 펴낸 '청소년 성장 만화 단편선'에 속하는 책인데 단순히 성장 만화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좀 더 뚜렷한 키워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작가로서도 뭔가 창작력을 자극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의 세계'


 내가 기대했던 라일라 작가의 작품. 표제작답다고 해야 할지, 개성이나 주제의식 전달이란 측면에서 균형감 있는 전개가 돋보였지만 결국 작가의 <나는 귀머거리다>의 연장선상에 있어서 생각보다 인상적이진 않았다. 그 작품이 완결될 때는 200화는 너무 짧지 않은가 싶었는데 막상 비슷한 내용의 단편을 읽으니까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듯 작가도 그걸 알기에 적당한 타이밍에 완결을 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니오 크뢰거>를 소개하는 부분이나, 그 작품 덕분에 성장통을 견뎌냈다는 일련의 묘사에선 역시 클라스란 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일상물이 아닌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 터라 아무래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청각장애인 서사가 꼭 일상물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작가가 한 번쯤은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여담이지만 '토요일의 세계'라는 제목은 진짜 잘 지었다.



 '캠프'


 이동은과 정이용 콤비의 작품은 이전에도 두 편 접했는데 그때마다 참 내 스타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 <캠프>란 단편도 마찬가지였다. 동성애 코드가 거북해서라기 보단 전반적으로 하려는 말을 속시원하게 하지 않으려는 작풍이나 인과관계가 단번에 와 닿지 않는 초반부 등이 개인적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탓이다. 만화만이 아닌 영화처럼 다른 장르의 창작 활동도 겸해서 그런지 특유의 스토리텔링이나 감수성은 확실히 인정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뭐 어쩔 수 없지.

 기독교 캠프의 현실감 넘치는 묘사도 흥미로웠고 결말도 여운이 있었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임팩트는 연한 편이라 돌이켜봤을 때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림 하나만큼은 발군이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작가 그림체가 구린 것도 아니니......



 '전학생은 처음이라'


 그림체가 상당히 '모에'한 작품인데 작품 속에 담긴 시골 학교에 대한 고증이나 통찰은 가볍지 않았다. 왠지 모에한 그림체의 만화는 한없이 가벼우리란 생각에 가볍게 읽기 마련인데 이 작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4컷 만화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나름 깊이 있게 해당 소재나 배경을 잘 그려냈다. 너무 갑자기 결말이 나버려서 허무했지만 - 수록작들 모두 분량이 정해졌던 걸까? 분량 상관없이 자유럽게 그릴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 그게 또 어느 정도는 깔끔하게 끝을 낸 것 같아 인상적이기도 했다.

 사실 그림체라고 하면 이 작품이 가장 돋보였는데, 꼭 그림체 때문은 아니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이런 그림체일까 싶어 궁금해졌다. 단행본으로 <풀 뜯어먹는 소리>란 작품이 출간됐던데 한 번 읽어볼까.



 '옥상에서 부른 노래'


 아주 교과서적인 성장 만화. 너무 교과서적인 나머지 창비의 여타 성장 소설이 연상되기도 했다. 아무튼 수록작들 중 작가가 소재에 대해 가장 고심하며 취재도 해가며 모종의 사명감도 품고서 무게감 있게 그린 작품일 듯한데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도 작중 이야기가 묵직하게 전달이 됐다. 바로 이전 작품의 말랑말랑한 4컷 만화와는 상반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문제는 너무 교과서적이라 가독성 자체는 제일 떨어졌다. 교과서적이란 말이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전개가 판에 박힌 듯 흘러가 식상했다고 표현을 바꿔보겠다.

 뭐가 그렇게 식상했을까 생각해보니 작가가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너무 신경쓰느라 상대적으로 창작력이 덜 발휘된 감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취재한 내용들을 참고는 하면서도 작가 본인만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어야 했는데,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고증은 잘 해냈을지언정 그 이상은 신경을 덜 쓴 기색이 역력해 왠지 김샜다. 단편이 아니라 장편이었다면 이런 느낌이 덜했으려나. 작가의 <반달>이란 작품이 있던데 그 작품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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