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맛 여행
나가라 료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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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누가 이 책을 읽는 나를 보고 아직도 유럽 여행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느냐고 하던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향후 5년 안엔 유럽을 방문할 수 있을 것 같아 꼭 그 미련을 버려야 할까 싶다. 뭐, 앞으로의 여행은 이전의 여행과는 달리 절차가 복잡해지겠지만 내가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떠나겠다면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돈과 시간이 있어도 여행을 못 가는 처지가 되니 새삼 여행이 나한테 있어 정말 중요했음을 깨닫고 있다. 내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책임감 있게 다녀와야지. 암, 그렇고 말고.

 <유럽 맛 여행>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럽 나라들의 음식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만화가겸 일러스트레이터인 일본인 저자가 남편과 함께 파리, 암스테르담, 북유럽(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런던, 그리고 베를린에서 어떤 먹방을 즐겼는지 그려냈다. 프랑스하면 역시 빵이고 네덜란드는 감자튀김, 영국은 피쉬 앤 칩스 등 우리가 익히 알 만한 요리들은 물론이고 음식이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영국과 독일의 여러 길거리 음식처럼 현지에서밖에 경험할 수 없는 음식들도 제법 폭넓게 소개해준다.


 개인적으로 북유럽 파트를 기대했는데 너무 짤막한 일러스트로 대체해서 김샜다. 안 그래도 작가의 그림체가 가독성이 떨어지고 흑백이라 음식 그림치고 식욕을 자극하지 못하는 게 불만이었는데 내가 가장 관심 있던 부분을 통일성 없게 일러스트로만 그려서 불만을 감추기 힘들었다. 그나마 그 일러스트는 컬러라서 기분이 환기됐는데, 이럴 거면 다른 나라도 전부 컬러로 그리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니 아쉬움이 더욱 배가됐다. 통일성이 없는 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흠이었다.

 소개하는 음식 종류나 맛 표현은 기대 이상이었는데 특히 작가가 실제로 거주하는 베를린은 음식뿐 아니라 도시까지 애정을 담아 소개해줘서 차라리 베를린만 만화로 그리는 게 어떨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작가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편집부에서 베를린만 그리는 건 아무래도 화제성이 떨어지니까;; 다른 유럽 나라까지 포함한 미식 탐방기로 확장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서 베를린은 다른 기회가 있다면 그때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후기에서 밝혔다.


 찾아보니까 베를린을 무대로 한 작가의 다른 만화가 일본에서 출간되긴 했던데 그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될는지 잘 모르겠다. 소개되면 좋으련만. 내가 봤을 때 편집자의 조언은 독이 된 듯하다. 차라리 베를린에 집중했으면 보다 밀도 높은 만화가 탄생됐을 것 같다. 뭐, 나중에라도 작가가 그리고 싶은 만화를 그렸다니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암,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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