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 - Extreme Novel
노무라 미즈키 지음, 최고은 옮김, 타케오카 미호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8.3







 이번 에피소드에선 코노하의 트라우마라 할 수 있을 미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회상에서만 단편적으로 등장해서 늘 궁금증을 유발했던 미우가 대관절 코노하에게 어떤 존재인지 살펴볼 수 있었는데 예상대로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어느 정도 멘탈을 다잡은 듯한 코노하였지만 미우가 자기의 평소 생활 반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바로 멘붕에 빠져버린다. 하긴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번엔 코노하가 멘붕한 모습이 그리 못나게 보이진 않았다. 기껏 가까워진 여자친구 고토부키와 삽시간에 소원해진다거나 아쿠타가와나 다케다처럼 새로 사귄 친구들과 단숨에 거리가 생기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토오코 선배만큼은 코노하에게 있어 구원이었던 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이미 이 시리즈의 결말까지 다 아는 입장에서 더 선명하게 느껴진 건데, 역시 코노하에겐 토오코 선배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토오코의 에피소드는 이 책을 기준으로 두 권은 더 지나야 본격적으로 다뤄질 테니 그 얘기는 그때 가서 하도록 하고, 이번 권의 주역인 미우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그래도 예전에 비해 코노하의 멘탈이 강해지긴 한 건지 생각보다 우여곡절이 뒤따르진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야길 좀 질질 끄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건의 발단이나 발생 원인 파악, 해결 등이 비교적 쉬운 편이었으며 분량에 비해 복잡하지도 않았다.


 물론 미우가 일그러진 심성의 소유자긴 하지만 지난 에피소드에서 나온 인물들에 비하면 차라리 양호한 편이라 느껴졌다. 애초에 그렇게 난리를 칠 만한 일일까도 싶었지만 사람의 자괴감이나 배신감, 질투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당사자를 엇나가게 만드는 만큼 이전보다 훨씬 납득할 수 있는 사연이었다. 이 책 직전에 <종이의 집>을 봤더니 미우는 양반으로 느껴진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동상이몽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항상 가까이 지냈고 서로 친한 사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해도 의외로 한 쪽에서 상대방을 증오할 수도 있단 걸 미우의 사례에서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코노하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만, 때론 상대방의 맹목적인 동경은 나 자신을 옥죄는 감옥이 될 수 있음을 작가는 너무나 잘 표현했다.

 최근에 읽은 슈노 마사유키의 <거울 속은 일요일>에서 비슷한 주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선 이 주제가 훨씬 광기 넘치게 묘사됐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광기야말로 작가의 주특기라 할 수 있겠는데 차이가 있다면 그전까진 그 광기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유명 고전문학의 사례를 적극 인용한 반면 이번 에피소드에선 인용하는 고전문학의 존재감이 옅었다는 것이다. 특정 작품보단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 세계를 소재로 다룬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순수하게 본편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너무 모티브로 잡은 고전문학과 너무 밀접하단 느낌을 받은 것에 비하면 차라리 시리즈의 개성은 옅어졌어도 독립된 이야기를 강조한 요번 구성이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작가한텐 미안한 얘기일 수 있지만 이번 작품에 한해선 본편 자체가 강렬해서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인용했는가는 독자 입장에서 아무래도 상관없는 부분이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또 한 번의 거대한 산을 넘은 느낌이 들던 찰나에 막판에 초대형 떡밥을 던지며 에피소드가 마무리됐다. 떡밥을 던지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지만 이번 떡밥은 꽤 심상치 않았다. 무려 두 권으로 분권된 기념비적인 마지막 에피소드는 상당히 묵직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전에 잠시 쉬어가기로 만날 예정인 외전도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던 기억이 나 벌써부터 완결까지 남은 세 권 모두 기대가 된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얼마 안 남았으니 빠르면 올해 안에 다 읽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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