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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수에 탐닉하다 - 푸드헌터 이기중의 소멘.우동.소바.라멘 로드
이기중 지음 / 따비 / 2018년 9월
평점 :
8.5
일본 여행에 있어 먹는 걸, 특히 면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꽤 흥미로웠던 책이다. 이 책은 소멘을 시작으로 우동, 소바, 라멘으로 이어지는 본격 일본 면요리 기행기인데 다루는 요리 중에 소바의 비중이 단연 높았고 그 다음으로 근소하게 라멘의 분량이 높았다. 이렇게 책으로 보니 일본에선 면요리가 우리나라 국밥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요리구나 싶었다. 각 면요리별로 대표적인 맛집을 탐방한 작가의 집념 역시 대단했다.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몇 번에 걸쳐 방문을 했으니 돈도 적잖이 들었을 테니 말이다. 아니, 그나마 일본이라 부담이 없었던 것이려나.
책의 전반적인 흡입력은 TV 방송보다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주제로 한 기행기란 측면에서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가 연상됐는데 전문성이나 시각 자료나 뭐로 보나 그 프로그램보다 한 수 아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리의 유래를 설명하는 부분이나 다양한 종류의 면을 다룬 것, 면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높이 살 만했다. 개인적으로 사진과 텍스트의 비중이 적절하게 어울린 건 좋았지만 텍스트 자체는 다소 평이하고 반복적인 감이 있는 등 작가의 문장력 자체는 특기할 구석은 없던 건 아쉬웠다. 물론 다양한 일본 면요리에 대한 소개라는 목적에는 충실한 글이므로 애초에 이 이상의 문장력을 요구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겠다. 글의 목적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불만이랄 게 나올 수가 없는 책이었다.
의외로 내가 이 책에 소개된 가게를 3곳을 가봤다는 게 신기했다. 하코다테의 시오라멘 아지사이, 후쿠오카의 이치란과 잇푸도인데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가 아닌 책에서 접하니까 괜히 반갑고 그랬다. 책에 소개된 다른 가게 중 관심이 가는 가게가 많았다. 시마바라의 소멘 가게나 현 전체에 우동집이 널린 가가와 현, 나고야의 기시멘, 모리오카의 냉면, 교토의 청어 소바, 삿포로의 미소라멘, 아카유의 카라미소라멘, 토야마의 블랙라멘, 와카야마의 돈코츠쇼유라멘, 히로시마의 츠케멘, 규슈의 구루메와 구마모토 라멘 등 - 많기도 하다. - 가보고 싶은 가게들이 많이 소개됐다. 위에서 문장력이 평이하다 했지만 식욕을 자극하기엔 충분히 맛깔나기에 새벽에 읽는 게 곤혹스러울 정도였다.
시국도 시국이고 한일 관계도 너무 나빠져서 예전처럼 자주 여행을 못 갈 거 같지만 언젠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책에 소개된 가게들을 찾아가보자고 다짐했다. 오히려 마음대로 갈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건지 책에 소개된 가게들이 유독 그림의 떡처럼 느껴졌는데... 꼭 우동이나 라멘을 먹기 위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 시국과 양국의 갈등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국내의 맛집을 찾아다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