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You Need is Kill 2 - 완결
오바타 타케시 지음, 사쿠라자카 히로시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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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9.7






 스포일러 있음


 시간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 소재로 한 작품 중 가장 독창적인 작품이다. 죽어도 전장에 출격하기 전날로 돌아가 영원히 전투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이 자기 운명을 뛰어넘고자 최강의 전사로 거듭난다. 그 과정에서 정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지는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한 사람을 만나면서 겨우 숨통이 트이나 했더니 결국 끝없이 반복되는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유일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 쇼킹한 서두부터 아주 비정한 결말까지 군더더기라고는 없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넓게 보면 SF, 세부적으로 보면 복선과 반전의 미학이 돋보이는 추리물로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일본 라이트 노벨계 최강의 작품이라고도 생각한다.

 안 그래도 깔끔했던 원작의 내용은 만화로 옮겨지면서 더욱 깔끔한 형태로 탈바꿈했다. 소설을 읽은지 꽤 됐지만 그런 가물가물한 기억으로도 생략된 부분들이 얼핏 보이긴 했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생략된 요소들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들이 아니라서 읽을 때 하나도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오바타 타케시의 작화 덕에 눈이 즐거워 페이지 넘기기에 바빠 자잘한 건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오바타 타케시의 그림을 <고스트 바둑왕>, <데스노트>, <바쿠만>에서 접한 나는 그 작가가 정적인 그림만 잘 그리는 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보니 장르에 맞춰 그림체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천재라는 생각밖엔 안 들었다. 아쉽게도 2권으로 끝나는 내용이라 그림이 화제가 덜 된 모양인데, 이 작품도 <원펀맨>처럼 장편이었다면 무라타 유스케의 그림처럼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화끈한 그림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전개, 개성 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시간에 대한 철학적 통찰까지도 모든 요소가 부족함 없이 잘 맞물렸다. 일견 호불호가 갈릴 법한 비정한 결말도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연출의 덕택인지 무리수로 여겨지지 않았다. 기껏 자기 처지와 똑 닮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래봤자 마음을 나눈 건 고작 하루 - 그것도 리타 입장에선 초면이나 다름 없던 상태였다. - 뿐이었던 것, 그 사람을 죽여야 미래로 갈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물거품이 되고 마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주인공의 고뇌와 선택이 개연성 있게 그려졌다. 아무리 같은 시간이 반복되면 익숙해진다지만 그만큼 정신도 붕괴되던 주인공의 모습, 루프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묘사되지 않았다면 주인공이 리타를 전력으로 상대하기로 마음 먹는 선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좋았던 부분은 정말 많지만 - 제목조차 마음에 쏙 든다. 정말 독특하지 않은가. - 그 중에 마냥 새드 엔딩으로 느껴지지 않는 결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두 캐릭터가 하루 동안 찰나의 교감을 나눈 장면도, 루프를 벗어난 주인공의 허무한 뒷모습도 마찬가지다. 꼭 그런 결말이어야만 했냐고 묻는 사람도 있던데, 이건 철저히 호불호 문제인 것 같아 꼭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나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겠다. 실제로 이 작품을 원작으로 둔 할리우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정반대 스타일의 결말이었지만 나쁘지 않았으니까. 아무래도 어떤 형태의 결말이든 개연성이나 그에 합당한 감정 묘사만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면 그냥 취향 문제일 수도 있고.


 이 책을 읽고 영화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내용에 차이가 없다면 시간 차를 두고 봤겠지만 소재만 같지 별개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한 터라 바로 이어서 봤다. 영화 이야기는 영화 포스팅에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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