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몬스터 - 또 하나의 몬스터
우라사와 나오키 외 지음, 조미선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7.9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의 후일담을 그린 소설로 어렵사리 구했는데 - 다 알라딘 중고서점 덕분이다. - 나름의 값어치는 한 책이다. 그런데 후일담이라기엔 <몬스터>의 내용을 너무 복습하거나 혹은 작품 속에 나오지 않은 텐마의 과거를 비롯해 여러 캐릭터의 디테일한 에피소드를 마저 풀어낸다는 느낌이 강해서 약간 당혹스러웠다. 일부러 <몬스터>를 읽은 다음 시간 차를 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그 작품을 접하고 바로 이 책을 읽을 걸 그랬다. 작년에 읽은 작품임에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생각보다 덜 반가웠다. 뭐, 기억이 가물가물한 건 그만큼 원작의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는 반증이겠지만...

 제목대로 요한을 연상시키는 또 하나의 괴물을 쫓는 논픽션 형식의 소설로 특유의 사실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였다. 실제 우리네 세상에서 벌어진 일인 것처럼 사진이나 신문 기사도 첨부하는 등 제법 공을 들여서 처음엔 진짜로 벌어진 사건인 줄 알았다. <몬스터>가 정말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다뤘기에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기가 유독 용이했던 것 같다. 하여튼 기자가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전개가 거듭되다 보니 처음엔 흥미롭다가도 점점 질리게 됐는데, 실제 기자라면 이렇게 글을 쓰리란 건 인정하지만 소설로는 가독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떠올랐다. 처음엔 진짜 사건인 척 묘사하는 저자의 짓궂은 장난도 가면 갈수록 별 감흥이 없게 됐는데 이야기는 <몬스터>의 거의 대부분의 요소에 빚을 지고 있어서 집중력을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몬스터>의 내용, 특히 체코에서 벌어지는 2부의 내용이 특히 가물가물해서 그에 해당하는 소설의 내용도 쫓아가기 힘들었다. 정확히 어느 지점부터인지는 헷갈리지만 소설 본편의 사건, 기자가 요한 사건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그 사건과 <몬스터>의 사건과 겹치는 대목이 드러난 후부터 소설은 독자적인 노선을 걷게 된다. 이미 집중력이 바닥이 난 시점에서 본편의 내용을 꺼내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그 뒤엔 결말이 금방 나와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결말은 뭐, 예상대로 흘러갔고 그 결말의 내용조차 <몬스터>의 내용을 답습하고 있어서 특별히 신선하다거나 충격적이거나 하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몬스터>를 의식하지 않고 읽기엔 지루한 구석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그래도 자체적인 만듦새는 그럴싸하고 또 오히려 <몬스터>를 의식하고도 소설적 이야기에 걸맞은 스타일을 연출해내서 나중에 한 번은 더 읽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는 정말로 <몬스터>를 읽은 직후에 읽어야지 하고 생각 중이다. 그렇지 않았다간 그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테니...

적어도 사람을 죽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인간을 총칭해서 ‘몬스터‘ 라고 부르는 동안은, 우리는 살인이라고 하는 행위를 없앨 수가 없소. 그들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인정하는 것이오. 괴물로 부르지 말고 우리와 똑같이 이름을 가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요한이 무엇으로 존재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요. - 149p




실제 눈앞에 악마가 나타난다면 영혼을 헐값에 팔아서라도 사라진 창작력을 사버릴 것이다. ...다만 그 후의 작품에 자신의 의사는 나타나지 않고 대신 악마의 의사만 나타나게 되겠지만. - 34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