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쫌 아는 10대 - 인공지능, 네 정체를 밝혀라 과학 쫌 아는 십대 1
오승현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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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10대도 아니면서 뭐 이런 책을 다 읽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꼭 10대만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라도 펼쳐봤으면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지나치게 10대를 겨냥하는 듯한 문체가 거슬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꽤 읽은 만한 책일 것이므로. 특정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반드시 어려운 전공 도서로 입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놓고 입문용으로 쓴 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랬다.

 로봇, 인공지능, 안드로이드 등 수많은 용어의 차이를 잘 모르겠거나 인공지능의 실질적인 필요성이 와 닿지 않은 사람에겐 특히 권할 만한 책이었다. 나는 만화나 영화, 소설로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졌는데 사람에 따라선 인공지능 이야기가 마냥 허황되게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이 되고자 하는 로봇에 관한 이야기나 반대로 로봇에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아직도 미래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로 여져지잖은가. 반면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에게 반기를 들어 종래에 우릴 멸망시키리란 전개는 최초로 로봇이 등장한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봇>에서부터 그려지는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미래는 예로부터 영 암울하게만 느껴져 존재 자체만으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알파고의 등장은 그러한 반감을 더욱 부추기기까지 했는데 한편으론 더 이상 SF 속 로봇의 도래가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심어줬기에 인공지능에 있어 그보다 기념비적인 사건도 없을 듯하다. 이 책에서도 알파고 얘기가 나오는데 저자는 그를 통해 인공지능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기술해낸다. 알파고는 최고의 바둑 기사가 될 수 있지만 오직 바둑밖에 둘 줄 모른다. 그에 비해 인간은 알파고보다 바둑은 못 두지만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고 다른 다양한 일도 해낼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말인즉슨 인간과 인공지능이 이인삼각으로 뛰듯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임을 뜻하는데 모두가 아는 예시로 평균 이상의 통찰력을 선보인 저자의 필력이 인상적이었다.

 인공지능의 순기능과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을 이 책은 간단한 예시를 통해 쉽고 빠른 이해를 도와준다. 자동차 자율주행 시스템의 이점을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동시에 인간에게 편리함을 안겨주기 위한 개인정보 수집이 왜 위험하고 어떤 점에서 불완전한가 하는 지적도 놓치지 않는 등 통찰력이나 시의성 면에서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유명한 인공지능 영화는 물론 실제 사례를 인용하는 것도 적절했다. 처음 보는 내용은 없었지만 <에이 아이>나 <바이센테니얼 맨>, <그녀>, 그리고 <터미네이터> 등 각 작품들에 담긴 담론은 모두 적확하게 짚어냈는데 이미 본 작품들임에도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로 맛깔나게 인용했다. 사실 위의 작품들이 워낙에 많이 인용돼서 질릴 법도 했는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정말 보통이 아닌 작가였다.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관련 책도 많이 읽어서 그렇게 신선한 책은 아니었지만 문학을 제외한 인공지능 도서들이 크게 기억이 나지 않는 걸 생각하면 이 책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뭔가를 쉽게 전달하는 건 상상 이상의 재주를 요구하기 때문인데 이 책은 정말 막힘없이 해내기 때문이다. 10대를 위한 책이라곤 하지만 꼭 10대가 지나면 못 읽어줄 정도로 깊이가 얕은 책은 아니었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10대를 위한 책이라고 깊이가 얕다는 건 근거도 없는 편견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지식이란 건 사람의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내가 나이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우지 않거나 관심이 없으면 모를 수밖에 없는 지식이 이 세상에 태반이다. 그런 상황에서 10대를 위한 책을 읽는 게 대수도 아니며 오히려 그런 식으로 입문하는 게 더 효과적이리라. 비록 난 이 책으로 인공지능을 처음 접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내 눈에도 책의 전문성은 상상 이상이었으니 자신있게 추천해본다.

중요한 것은 뿌리가 아닐지 몰라. 어떻게 태어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봐야 해. 위대한 사람은 태어나는 게 아니야. 위대한 경험이 위대한 존재를 만들지. -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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