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에서 검은 고양이를 꺼내는 방법 명탐정 오토노 준의 사건 수첩
기타야마 다케쿠니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7.8







 비범한 추리력에 비해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성격의 명탐정 오토노 준이 등장하는 시리즈 전편이 생각보다 재밌어서 후속작도 읽어봤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이 장편인 줄 알고 읽었는데 이번에도 단편집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비슷한 제목의 소설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와 헷갈렸던 모양이다. 참고로 그 작품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장편 추리소설인데 이 작품을 읽고 바로 이어서 읽었다.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어쨌든, 단편 추리소설의 깔끔함과 절묘함을 잘 살린 전편에 비해 요번 수록작들은 기대에 못 미쳤다. 상대적으로 식상하게 읽혔는데 역시 괜한 기대는 금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탐정이 주역으로 등장하기보다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는데 이것도 '탐정이 소심하다'는 설정이 있기에 가능했던 색다른 재미였다고 본다. 이 시리즈의 다음 작품이 언제 출간될지 모르겠는데 - 아직 일본에서도 7, 8년째 안 나오고 있다고... - 만약 나온다면 이 이상의 새로운 변화가 있다면 좋을 듯하다. 트릭이나 반전의 놀라움이야 당연한 거고, 기본기 이상의 개성이 있어야 계속 챙겨볼 테니 말이다. 아예 장편으로 한 번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단편이 몇 편 연재된 적 있어서 다음 책도 나온다면 단편집이 될 것 같다.



 '밀실에서 검은 고양이를 꺼내는 방법'


 표제작. 밀실에 들어간 고양이 때문에 산통 다 깨진 범인이 절규하는 상황도 재밌었고 결국 그 검은 고양이 때문에 함정 수사를 펼쳐 범인을 잡은 것도 재밌었다. 다만 검은 고양이를 밀실에서 빼낸 트릭은 확실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각적인 자료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그 트릭을 고안한 장본인의 발상이 너무 기발해서 오히려 개연성이 떨어지게 들렸다. '물리의 기타야마'라는 별칭에 어울리는 트릭이었지만 조금만 더 개연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음악은 흉기가 아니야'


 제목도 흥미롭고 트릭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씁쓸함이 감도는 결말도 좋았다. 탐정은 만능이 아니다, 단지 수수께끼만 해결할 뿐. 이런 분위기가 왜 이렇게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사라진 흉기라는 테마에 있어서 제법 참신한 트릭이 나오는데 그 트릭을 나타낸 말이 바로 '음악은 흉기가 아니야' 다. 트릭이 먼저였을지 제목을 먼저 지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정전에서 새벽까지'


 명색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명탐정의 쓰임새가 가장 야박하고 짓궂었던 작품. 계획이 허술한 것에 비해 포기를 모르는 범인들도 재밌었고 이 에피소드에서 특별히 탐정역을 맡은 인물도 오토노 준과 달리 답답하지 않아 좋았다. 무엇보다 살인을 실시간으로 진행 중인 상황을 다룬 도서추리물이기에 다른 수록작들보다 긴장감이 넘쳐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할 줄 모르는 범인을 완벽하게 코너로 모는 탐정의 솜씨도 볼 만했다. 최근에 읽은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에서도 탐정의 유전자엔 남다른 데가 있는지 그의 가족들의 활약도 제법이었는데 이 소설도 비슷한 맥락에서 재밌는 구석이 있었다. 만약 시리즈 3편이 나오면 이 부분을 부각시킨다면 좋겠다. 뭐, 작가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