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은 채식주의자 짧아도 괜찮아 4
구병모 외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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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는 특정 주제에 관한 작가들의 짧은 소설을 모은 엔셀로지 시리즈로 이번에 읽은 <무민은 채식주의자> 이외에도 4권이 더 출간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짧은 글은 쓰기도 쉽지 않고 읽는 입장에서도 크게 감명을 받기도 힘들어 경쟁력도 약하고 책이라는 상품으로 만들 만큼의 분량으로 엮어내기도 힘들어 경제적이지도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이런 시도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글쎄, 좋은 시도이며 엔솔로지의 취지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늘 얘기하는 수록작들의 완성도가 고르지 못하다는 것은 역시나 아쉬운 지점이다.

 그래도 작가 구성이 화려한 건 눈여겨볼 만한 부분인데 그런 것치고 이 책이 당초 기대했을 성과를 낼 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동물권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이야기들이 너무 짧아서 기대에 비해 퍽 와 닿지 못하는 느낌이니까 말이다. 물론 이 부분은 작품마다 다르지만.



 구병모 '날아라, 오딘'


 작가가 작가인 지라 수록작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문체였다. 구병모의 글은 오랜만에 읽는데, 이전엔 과대평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 이게 다 데뷔작이 너무나 멋들어진 탓이다. - 실망을 줬지만 이렇게 다른 작가들의 글과 비교를 하니까 확실히 독보적이긴 하다. 전쟁의 도구로 전락한 동물들에게 보내는 가상의 편지는 찰나의 분량임에도 강렬하게 읽혔다. 오랜만에 작가의 다른 글도 읽고 싶어졌다.



 권지예 '미래의 일생'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단어를 바꾸는 추세를 설명함에 있어 꽤 괜찮은 예시가 될 만한 작품을 꼽으라면 난 이 작품의 제목을 댈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이었는데 특히 인간과 동물의 수명에 차이가 있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잘 시사해줬다. 아마 작가의 경험이 짙게 녹아든 작품이 아닐까 싶다.



 김봄 '살아 있는 건 다 신기해'


 예상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나 다행이었던 작품. 생명의 무게는 종의 다름이나 크기의 다름과는 무관하다는 교과서적인 교훈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것도 햄스터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쓸 수 없는 글일 것 같다.



 김서령 '퐁당'


 이 작품의 경우 분량이 좀 더 길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등장인물이나 담겨진 내용도 많고 분량이 평균적인 단편소설 정도였다면 결말의 충격이 배로 컸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용만 따지면 가장 만족도가 높은 수록작이었다. 안락사가 동물은 물론이고 인간에게도 크나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걸 극명히 표현해낸 수작이다.



 이장욱 '무민은 채식주의자'


 표제작. 이 표제에 끌려 이 책을 읽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 여담이지만 결국 핀란드로 가기로 했다. - 정작 무민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무민은 그저 이름일 뿐이었다. 아무튼, 무민이고 자시고 간에 작중에서 묘사된 육식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부정적인데 잘못 읽으면 식인을 연상시키기도 해 뒷맛이 아주 나쁘다. 이야기가 하도 기이하게 읽혀서 동물권을 주제로 했다는 느낌까지 희미해질 정도다. 육식을 비판한다고 그게 곧 동물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닐 텐데, 이 글은 너무 앞서 나간 느낌이다.



 정세랑 '7교시'


 육식이 먼 과거의 일이 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 분량에 비해 규모가 상당한 세계관은 인상적인데 그게 다였다. 착안은 좋았지만 표제작처럼 이것도 너무 혼자 앞서 나간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엔솔로지에서 정해진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의 개성이 드러난 작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먼 미래의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 황당했다. 이 작품도 분량이 더 길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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