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블라인드 소원라이트나우 1
김선희 외 지음 / 소원나무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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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이 책은 원조 교제, 몰카 범죄, 스토킹, 성추행 등 다양한 비행 청소년 문제를 다룬 엔솔로지다. 일단은 청소년 소설이고 작가들도 청소년 소설을 상정하고 집필하긴 했지만 작중 묘사되는 사회 문제는 어른들한테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어른이건 청소년이건 잘못을 저지르는 것만 보면 누가 더 낫다고 볼 수 없는데 문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미성년자에게 겨누는 손가락질의 강도가 더 심하다는 점이다. 어른들은 대개 '그 아이들이 그냥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단정하고 넘어가곤 하잖은가. 하지만 주변에 어른 없이 혼자 자라는 아이는 없는 법.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라는 연극을 보면 알 수 있듯 청소년 범죄의 근간에는 반드시 아이들의 가정 환경이 있다.

 엔솔로지가 으레 그렇듯 책의 수록작의 완성도가 고르지 않고 개중에는 엔솔로지의 취지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작품도 있었던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기에는, 그리고 청소년 문제 이면의 사회 문제를 살펴보기엔 충분한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들이 아니었나 싶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청소년 범죄의 근간엔 문제가 많은 가정 환경이 있지만 수록작들이 다 그렇게 귀결되는 작품인 건 아니다. 소재도 다양하고 개성적인 동시에 작품을 쓴 작가마다 따뜻한 시선이 넘쳐 이야기의 무게와 무관하게 뒷맛이 괜찮은 작품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들이 씁쓸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김선희 '그루밍'


 원조 교제를 다룬 소설로 '그루밍'이라는 용어를 부정적으로 해석한 게 신선했다. 결말도 좋았고 이야기의 무게도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라서 균형이 잡힌 느낌을 받았다.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일지 분간하기 애매한 중반부의 전개도 인상적이었다. 이 세상엔 진짜 속을 알 수 없는 어른이 너무 많다.



 문부일 '다섯 명은, 이미'


 제목에 담긴 의미를 알고 나면 작품이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몰카 범죄와 리벤지 포르노를 학교를 배경으로 풀어낸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수록작들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있었다고 본다. 특히 범인을 잡았음에도 뭐 하나 해결된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데, 작가가 해당 소재의 심각함을 잘 파악한 듯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신지영 '오빠의 모든 게 알고 싶어'


 50을 바라보는 나이의 작가임에도 작중 구사되는 덕질 관련 용어가 현실과 동떨어진 구석이 없던 것, 팬의 심리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어른들의 씁쓸한 모습, 주인공이 자각도 못한 채 범죄를 저지르는 소름 끼치는 모습 등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다. 옥의 티가 있다면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이나 팬클럽의 이름이 촌스럽다는 것 정도? 그 정도만 빼면 주제의식이며 분량이며 가장 적절했던 수록작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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