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트 타탱의 꿈 - Novel Engine POP
곤도 후미에 지음, RYO 그림, 문기업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8.1






 프랑스 요리 비스트로 '파 말'을 배경으로 한 일상 추리물 <타르트 타탱의 꿈>은 곤도 후미에의 또다른 시리즈물이다. 알아보니까 곤도 후미에는 여러 시리즈물을 집필했던데 다양한 소재를 깊게 파고드는 작가의 성향이 이뤄낸 결과물들이 아닌가 싶다. 국내엔 작가의 대표작만 소개된 듯한데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작품이 소개됐으면 좋겠다.

 이 작가는 이번에 프랑스 요리에 꽂혔는지 어지간한 추리소설에서 보기 힘들 수준의 디테일한 요리의 세계를 선보이는데 문제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식견이 좁은 탓인지 작중에서 등장하는 프랑스 요리들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단 것이다. 와인이며, 디저트, 표제작에 들어가는 타르트 타탱 등 생소하기만 한 음식이었다. 작가의 묘사가 맛깔나서 침이 고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에 의존해야 했기에 그게 좀 아쉽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인데 어떻게 보면 그 점이야말로 이 책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진짜 요리를 전공한 사람한테는 또 다를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문외한이 보기에 이런 전문성 높은 글은 그 자체만으로 즐거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작품을 만족스런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데엔 약간 주저된다. 비스트로 파말이란 배경, 요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와 해결이란 작품의 컨셉은 확실히 개성적이지만 소재 자체가 워낙 마이너해 추리소설의 미덕이랄 수 있는 공정함이 상대적으로 떨어져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작품의 탐정 역할을 맡은 오너 쉐프 미후네의 추리는 요리사로선 당연한 추리를 하는 것이겠으나 그게 일반 독자들한텐 초월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사실, 요리를 전공하거나 같은 요리사들한테도 좀 비범하게 느껴질 것 같다. 더욱이 수록된 작품들의 분량이 3~40페이지 정도라 이 비범함이 더 극대화된 경향이 있다.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질 틈도 없이 한 번에 답을 내놓으니까. 그래서일까, 솔직히 말하면 어떨 때는 미스터리보다 비스트로의 장사 풍경이나, 직원들간의 케미, 손님들과의 일화 등이 더 와 닿고 흥미롭기까지 했다.

 한 마디로 가볍고 편안한 기분으로 읽기에 제격인 일상 추리소설집이었다. 이것만으로 취향 깨나 갈릴 텐데 일반적으로 고가로 취급되는 프랑스 요리가 메인 소재라 독자에게 어필하기가 더욱 쉽지 않을 듯하다. 다만 이 작품을 읽고 난 다음에 얻게 된 긍정적인 변화 하나쯤을 말하자면, 그건 바로 프랑스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프랑스 요리는 중국, 터키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인데 우리는 흔히 중국 요리, 유럽이라고 하면 이탈리아 요리만 익숙하지 프랑스 요리에 대해선 무지하다. 미식의 나라라는 명성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닐 테니 한 번쯤 먹어보고는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하고 망설인다면 이 책을 읽는 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곤도 후미에를 비롯해 이렇게 일상의 다양한 소재를 소설로 담아내는 작가들은 존중해 마땅하다. 소설이란 독자로 하여금 간접 체험을 가능케 하는 매체로써 아주 적절하다. 물론 그 자리는 방송이, 최근엔 유튜브로 많이 대체되긴 했으나 역시 소설엔 소설만의 매력이 있는 법이다. 또한 곤도 후미에 같은 경우엔 전에 읽은 <샤를로트의 우울> 때도 그랬지만 작가 본인이 일상 생활을 하며 겪거나 느낀 일들, 자신이 흥미를 가진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재주가 출중해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감탄이 나왔다. 이건 창작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도 굉장히 자극이 되는 일이었다. 이야깃거리는 정말 주변에 널렸는데 단지 내가 파고들어 쓰질 않았을 뿐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절대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 열중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몰라. - 5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