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17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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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거의 10년에 걸쳐 읽은 '늑대와 향신료' 시리즈는 이 17권으로 일단은 완결이 났다. 작가 후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연재하는 동안 정말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써버려서 후기에 쓸 내용이 없다며 구태의연한 말 없이 깔끔하게 끝냈다. 후기에조차 쓸 말이 없다는 말에 이렇게 공감이 될 줄은 몰랐다. 보통은 말은 그렇게 해도 할 말이 있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겠지만 이 시리즈만큼은 정말로 공감했다. 누누이 말했지만 이 시리즈는 늦어도 12권 정도에서 완결이 났어야 했다. 마지막 '태양의 금화' 에피소드를 잘 뽑아서 망정이지, 사실 이번 17권에 수록된 에필로그와 단편들도 내가 봤을 땐 사족이라서 정말로 쓸 얘기가 없다는 작가의 말이 과장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김새게 한 것은 최근에 시리즈의 재연재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시리즈 연재 10주년을 기념으로 호로와 로렌스가 온천을 운영하는 후일담이 재연재됐다고 하며 심지어 그 둘의 딸과 콜을 주인공으로 세운 '늑대와 양피지' 시리즈까지 새로 발간됐다지 뭔가. 더 이상 쓸 얘기가 없다면서... 믿었는데;; 생각해보니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도 완결이 난 주제에 새롭게 재연재를 하고 있으니 이건 어떻게 보면 일본 시리즈물의 안 좋은 일면인지 모르겠다. 물론 재연재를 원하는 목소리가 있으니까 계속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박수 칠 때 떠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뭐, 시리즈는 끝났어도 작가들은 계속 먹고 살아야 하니까 계속 이어나가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이 분야의 최고는 바로 조앤 K. 롤링이지 않을까. '신비한 동물사전'... 생각하니까 또 욕이 나오려고 한다.


 위에서 하는 말도 결국엔 그 작품들을 읽지 않아서 할 수 있을 뿐인지 모르겠지만, 미안한 얘기겠으나 그 재연재물까지 볼 생각은 지금 시점에선 조금도 없다. 그럴 여력도 없고 시간도 없다. 지난 16권에 실린 작가의 후기에서 '행복한 이야기란 언제까지나 가능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정말로 끝까지 따라가면서 확인할 생각이 없으니까 말이다. 내게 호로와 로렌스의 여정은 여기까지면 충분하다.

 쓰다 보니까 사실상 시리즈의 마지막 포스팅임에도 너무 안 좋은 얘기만 해댄 것 같은데, 아까도 말했듯 내가 재연재 에피소드를 읽지 않으니까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난 그 에피소드의 완성도는 궁금하지 않지만 그래도 기왕 잘 마무리한 시리즈를 굳이 더 이어나가는 것인 만큼 안일하게 집필해서 괜히 시리즈 자체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등 긁어부스럼이 되지 않길 바란다. 얘기 들어보니까 기우에 불과한 듯해 그건 그것대로 참 다행인 일이다. 완결인 줄 안 시리즈가 사실은 완결이 아니었다는 말에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힘들었지만 아무튼 오랜 시간에 걸쳐 역사에 남을 수 있는 명작 라이트 노벨을 읽었다는 뿌듯함은 확실히 오래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 시리즈의 1권을 읽던 내 옛날 모습이 떠올라 실로 감개무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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