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 - 어두운 역사의 흔적에서 오늘의 교훈을 얻다
김민주 지음 / 영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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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나는 '다크 투어'가, 예를 들면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못된 짓을 한 일본인이 묻힌 신사라든가 아니면 강제 징용당한 시설을 탐방하는 아주 마니악한 종류의 여행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상당히 강렬한 제목이면서 얇지 않은 두께의 이 책을 처음 보고서 '도대체 다크 투어란 게 얼마나 다양하기에' 싶었다. 이 책에서 김민주 저자는 다크 투어의 범위를 모든 역사적 비극이 일어난 장소에 방문하는 것으로 잡았는데 이는 내가 막연하게 생각한 것보다 규모가 거창했다. 흔히 역사를 알아야 현재와 미래에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말이 그닥 와 닿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주 다양한 나라의, 또 다양한 종류의 다크 투어를 소개해준다. 우리나라의 다크 투어가 책의 전체 비중에서 1/3 이상을 차지해 더욱 다양한 구성을 원했던 나로선 약간 아쉽긴 했지만, 굳이 외국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 충분히 역사적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많다는 걸 깨달아 그것대로 꽤나 흥미로웠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작가가 정의한 다크 투어라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여행관과 꽤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읽는 내내 반가운 기분도 들었다. 그래봤자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하다고 늘 생각하지만, 어쨌든 어딘가로 여행을 갈 때마다 관련 책들이나 방송을 통해 공부하는데 그게 꼭 역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저자의 여행관이랑 일맥상통한 데가 있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다크 투어라고 하면 일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 간혹 히로시마 원폭 공원이나 야스쿠니 신사처럼 언뜻 봤을 때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장소는 무작정 거르고 본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는 그런 곳에서도 배울 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야스쿠니의 경우엔 전범한테 참배만 안 한다면, 히로시마 원폭 공원은 핵폭탄의 위력이 우리 시대에 울리는 경종에 주목한다면 충분히 뜻깊지 않은가 싶어서 말이다. 이는 분명 통상적인 목적의 여행과는, 이를테면 휴양과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과는 차이가 있지만 '책은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움직이는 책이다.' 라는 말을 생각한다면 저자가 소개하는 다크 투어라는 것도 값진 여행이라 불려도 마땅할 것이다.


 책에 소개된 역사적 사건과 그와 관련된 명소들 중 원래 관심을 갖고 가보고 싶었던 곳도 있었고 아예 처음 접하는 것도 있었는데 저자가 종류별로 잘 정리해준 덕분에 앞으로의 여행 버킷 리스트를 보다 명확하게 세울 수 있어 고마웠다. 저자가 분류한 다크 투어의 키워드는 대학살, 암살, 전쟁, 감옥, 묘지, 슬럼, 유배, 표류 등이 있고 이후엔 일본과 러시아, 베트남 등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관련이 깊은 나라에서 할 수 있는 다크 투어를 소개해 여러모로 유익했다. 내가 국내사에 관심이 덜한 편이라 서울의 다크 투어와 한국의 다크 투어는 그렇게 흥미가 동하지 않았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꽤나 참고가 될 듯하다. 명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저자가 간결하게 핵심을 잘 짚어내서 흥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최근에 읽은 <스칸디나비아 예술사>가 양만 많지 다루고 있는 내용이 잘 전달이 되지 않은 반면 이 책은 정반대였다. 정확히 말하면 양과 질이 모두 알찼다.

 여담이지만 저자 이름만 보면 내 또래의 여성인 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니까 적어도 5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편견이면 편견일 수 있지만 연령대가 좀 되는 남성 작가의 글은 되도록 경계를 하며 읽는 편인데 이 책에선 그럴 필요가 딱히 없었다고 본다. 이 정도면 아주 오픈 마인드인 사람이라... 특히 여행지에 대한 간략한 인상을 적는 부분에서마저 공감이 가기도 해 내가 참 편견이 심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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